정부가 주인역할, 전문성 부족·리더십 부재·덩어리 규제 발목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
전통적으로 은행은 예금자들의 돈을 기반으로 자금중개업무를 통한 수익사업을 하므로, 만약 은행이 파산하는 경우 국가경제 전체에 상당한 타격을 줄수 있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은행에 대하여는 최종대부자기능을 담당해 왔으며, 앞으로도 제도적으로 불가피한 정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종대부자로서의 역할이 주인역할이냐, 아니면 후견인 역할이냐에 따라 각국의 은행산업과 금융산업, 국가 전체산업의 성장과 발전의 정도가 판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정부가 은행의 주인역할을 하는 국가들의 금융산업 경쟁력은 후진을 면치 못하는 반면 민간이 은행의 주인역할을 하는 국가들의 금융산업 경쟁력은 선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 한국경제연구원 및 아시아금융학회 공동개최,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최근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금융산업은 아직도 후진국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한국은 금융시장 성숙도 80위, 금융 건전성 122위에 불과하는 등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동남아 국가들보다도 못한 것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예를 들어 은행 경쟁력을 나타내는 ROA(총자산이익률)가 인도네시아(2.75%), 말레이시아(1.70%)에도 떨어져 0.38%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정책과 리더십 부재, 금융전문가 태부족, 덩어리 규제, 금융산업 자체 혁신 의지 미비 등을 들고 있다.

   
▲ 한국경제연구원 및 아시아금융학회 공동개최,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그러나 이 중에서 가장 핵심의 문제점은 주인 없는 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적인 증거를 제공하기는 어렵지만 추정컨대 우리나라 은행의 주인은 어떠한 형태로든 정부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선진 각국에 비하여 은행법상의 은행의 동일인 소유한 규제가 법률로 엄격히 작동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보면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하여는 금융산업의 가장 중요한 기초산업인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의 주인 찾아 주기”가 급선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하여 은행법상의 은행주식 동일인소유한도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금융지주회사법상 은행지주회사의 소유한도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조속히 공정거래법상의 중간지주회사 설립 및 전환금지규정을 개정하여 일정한 요건 하에서는 이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금융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 한국경제연구원 및 아시아금융학회 공동개최,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

구체적으로는 은행법상의 동일인 주식소유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어 대기업 구분없이 10% 로 상향 조정하고, 금융전문성을 확보한 금융그룹에 대하여는 20%까지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금융그룹에 속한 은행지주회사에 대하여는 동일인 소유한도를 34%까지 허용하여 주주총회 보통결의사항에 대하여는 동일인이 최소한의 의사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KB금융사태와 같은 대규모 금융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 등용 등 낙하산 인사 근절, 경영권 견제를 위한 통제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아시아금융학회와 공동으로 14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에메랄드룸에서 <KB금융사태로 본 위기의 한국금융: 현주소와 발전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한국금융산업의 현주소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 관행을 자제하고,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자회사 경영진의 권한과 책임을 각각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환골탈태해야 하는 기로에 금융산업이 서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참석자들은 활발한 발제와 토론을 나누었다. 위 글은 발제자로 수고한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기업법률포럼 대표)의 발표 요약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