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전파인증제 등 무분별한 시장 개입...소비자 피해만 키워

단통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국회가 함께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입법예고하여 지난 10월 1일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단통법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편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즉 단통법 시행의 결과는 정부의 무분별한 시장개입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참사에 가까운 정책실패로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를 위해서라며 보조금, 출고가, 판매가를 다 공시하도록 했지만 결국 기업이 담합하기 좋은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확히는 이동통신사들이 담합하기 좋은 구조이다.

어쨌든 이로 인하여 현재의 시장은 스마트폰 구매 등 모든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고, 스마트폰을 다른 나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정이 연출되고 있다.

   
▲ 10월 13일자 애플 스토어의 아이폰 6 페이지

현재 미국에서는 2년 약정에 199불(21만원 상당)이면 아이폰 6를 구매할 수 있다. 액정화면이 더 큰 아이폰 6플러스라면 299불(32만원 상당)을 주어야 한다.

매달 내는 월 이용요금 또한 한국과 비교하면 비싸지 않다. 무제한 데이터(Unlimited data) 및 무제한 통화 등을 함께 쓰는 데에 들어가는 월 요금이 80불(8만5천원 상당)이다.


   
▲ 10월 8일자 SKT의 휴대폰 아이폰5s 페이지

반면. 한국의 소비자들은 아이폰 6도 아니고 이미 구형 모델이나 다름 없는 아이폰5s를 81만4천원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한다. SKT의 휴대폰 공지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지원금 16만6천원을 제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실구매가는 64만8천원에 달한다.

무제한 데이터를 쓰는 월 요금은 LTE100 요금제부터 시작한다. 미국의 무제한 요금에 비하여 최소 2만원 가까이 높다.

영국도 미국과 비슷한 시장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아이폰6를 8만5천원 정도의 요금제(데이터 10G 사용)로 구매하면 기기 값은 무료이다.

   
▲ 아이폰6·아이폰6플러스 출시/애플 홈페이지

이와 같은 ‘기기 값 무료’의 배경으로는 기업들의 피나는 경쟁이 거론된다. 영국의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자체망을 갖고서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3~4개인데, 망을 빌려서 사용하는 업체가 전체 업계의 3위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국 시장에서 이동통신사는 8~9개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두고서 지속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 소비자들만 이렇게 비싼 값을 내고 철지난 스마트폰을 쓰고 있을까?

류성준 컨슈머워치 운영위원(IT 칼럼니스트)은 “시장의 경쟁이 부족해서이며, 그 근본원인은 정부의 규제가 복잡해서이다”라고 밝힌다. 류 위원은 정부의 전파인증제로 인하여 한국은 아이폰의 1차 출시국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해외의 최신휴대폰을 바로 쓰고 있는 일본이나 홍콩과는 달리, 한국은 ‘전파인증제’로 인하여 철지난 휴대폰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는 맹점이 이 대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는 북미자유무역조약(NAFTA)에도 불구하고 강한 전파 규제로 인하여 미국 이동통신사들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동통신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여겨지는 캐나다의 경우와도 일맥상통한다.

류 위원은 “복잡한 정부 규제가 아니었다면 우리나라에도 미국의 T-Mobile 이나 Sprint같은 회사들이 들어와서 저가공세로 SKT 및 KT와 싸우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알뜰폰의 점유율은 6%이다. 이동통신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유율이 아니라는 것이 세간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알뜰폰 점유율이 향후 더욱 높아져야하고 이들 업체에도 국내 해외 제조사를 망라한 기업들의 프리미엄폰이 공급될 수 있어야 원활한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류 위원은 이에 관하여 “휴대폰과 통신요금은 정부가 나서서 보조금 규제를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시장에서 빠지고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들이 무한경쟁을 하게 만들어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단통법 참사를 조기에 잡기 위해서 미래창조과학부 정책당국자들 및 국회의원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펜=김규태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