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막으면서 소비자편익 기대 연목구어...미창부, 창조적이지도, 미래적이도 않다

1. 예상됐던 파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1)은 보조금으로 인한 이용자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해법이다. “투명성 제고와 부당한 차별대우 금지”가 입법취지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차별은 없어졌을지 모르지만 모든 국민이 예전에 비해 단말기를 비싼 가격에 사게 되었다. ‘예기치 않은 결과의 가설(the hypothesis of unintended consequencies)’이 일어 난 것이다. 명분에 포획된 통신시장에 대한 이해부족이 초래한 소비자 후생손실이 아닐 수 없다. 부정적 여론으로 단통법은 '전국민 호갱(어리석은 고객)법'으로 빗대어지고 있다.

단말기 가격이 올라간 데에는 단통법 발효 후, 정부가 정한 ‘법적 상한’(3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보조금을 공시했기 때문이다. 발효된 단통법에 따르면 주간(週間) 단위로 보조금을 공시하게 돼있다. 8일의 두 번째 보조금 공시에서는 ‘예상보다 보조금 규모가 낮다’는 정부의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첫 주보다 4~8만원 늘렸다. 하지만 정부가 보조금 액수를 지정(명령)하지 않는 한, 이통사의 ‘눈치 보기’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는 계속 비싸진 가격에 단말기를 구매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30호에서 컨슈머워치 ‧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개최로 열린 단말기유통법 해법 모색 토론회, <예견된 파행, 무엇을 간과했나> 전경. 발제자인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단통법 시행 후 이동통신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단통법 시행 일주일 이동통신시장의 변화” 보고서에 의하면,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3사의 일일 평균 가입자는 44만5000건으로 단통법 시행이전인 9월 평균(66만9000건)에 비해 33.5%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신규 가입자는 58% 감소했고 번호이동 가입자는 46.8% 감소했다. 반면 기기변경 가입자는 2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고 폰(phone) 일일 평균 가입자는 4만8000건으로 9월 평균(2만9000건)에 비해 63.4% 증가했다. 중고폰 가입자가 늘어난 것은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소비자는 “보조금 감소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가입 및 번호이동 격감으로 영세 판매·대리점은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중고폰이 급증하면서 제조사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이러한 틈을 타 중국 화웨이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해외 휴대전화가 국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내제조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하루 스마트폰 판매량은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9월 하루 평균 스마트폰을 4만2000대를 팔았으나 10월 들어서는 2만대가량 판매에 그쳤다. LG전자 역시 9월 1만3000대에서 10월 4000대로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당국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지금 당장은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조금 규모를 확대할 것이란다.2)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그 동안 단말기 유통시장에서는 극심한 이용자 차별과 고가단말기 및 고가요금제 사용강제 등 문제가 많았다”면서 “단통법은 이로 인한 통신과소비 등의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것인 만큼, 이번 기회에 이를 정상화 시키겠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도입 초기의 진통’이니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평가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다며, “2~3개월 보면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지금 나오는 문제점을 보고 실패라고 단정 짓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인식이 너무 안일하다. 정책실패는 예견된 것이다.

분명 한 것은,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가 아닌 이통사이다. 이통사의 보조금 경쟁이 줄면서 이통사의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외면하고 이통사 이익을 위한 정책이 밀어붙여진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2. 정책당국이 간과한 것

1) 시장경쟁의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

이통사의 보조금이 왜 그렇게 낮게 책정되었는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교과서 수준의 지식이 이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를 예견하지 못한 것은 정책당국의 정책사고가 그만큼 미숙하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다.

과점 상황에서의 ‘굴절수요 곡선’(kinked demand curve)을 상정해 보자. 과점 상황하에서 각 경기자(기업)은 서로 ‘전략적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행위를 선택할 때, “그로 인해 경쟁자가 어떻게 반응을 보일까”를 염두에 두고 행동선택을 해야 한다. 예컨대 특정 기업이 자사제품의 수요를 늘리기 위해 가격을 내릴 의향이 있다고 하자. 이 때 특정 기업은 경쟁기업 역시 가격을 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경쟁자가 특정 기업이 가격을 내리도록 협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기업은 가격을 내리더라도 사전에 예상했던 만큼 수요가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특정기업은 가격인하에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반대로 특정기업이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만약 특정기업이 가격을 올릴 때, “여타 경쟁기업이 같이 가격을 올려주면” 수요의 큰 변동 없이 이익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경쟁자가 가격 인상에 동조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특정 기업만 가격을 올려 시장을 크게 잃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역시 가격 인상에 신중하게 된다.

단통법에서 정한 보조금 공시도 같은 구조이다. 만약 ‘기업 ’가 통 큰 보조금을 공시하면 상대방도 똑 같이 통 큰 보조금을 공시할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유치하지도 못하고 보조금 부담만 키우게 된다. 이 같은 예상을 공유한다면 누구도 통 큰 보조금을 공시하지 않게 된다.

정책당국은 경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경쟁은 상대방의 허(虛)를 찌르는 것이다. 권투에서 “내가 잽을 내면 너도 잽을 내야 한다”고 경기규칙을 짜면 이는 말 그대로 ‘각본’이지 ‘경기’가 될 수 없다. 경기가 이루어지는 것은, “내가 잽을 낼지 스트레이트를 낼지 상대방이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잽을 내더라도 상대가 꼭 잽으로 응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알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경기의 규칙과 각본은 다르다. 경기 규칙은 반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뒤통수를 때리던지, 상대방의 하체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단통법의 통신사간 ‘같은 날 일주일 간격’의 보조금 공시는 일종의 ‘각본’에 비견된다.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은 ‘싸우는 시늉만’ 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싸우지 않는다.

경기자 간의 경쟁을 촉진해야 할 정책당국이 경쟁을 억압한 것이다.

2) 분리공시 제외가 실패의 원인인가

단통법이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자 정책당국은 돌파구를 찾기에 바쁘다. 일종의 ‘희생양’을 찾는 것이다. 단통법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분리공시를 강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분리공시를 강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래된 ‘규제실패’라는 것이다.

이동통신은 ‘단말기에 이동통신 서비스가 더 해진’ 결합상품이다. 이를 근거로 정책당국은 제조사와 통신사를 ‘같은 범주’로 묶으려 한다.

하지만 단말기 제조와 이동통신 서비스 제공은 ‘업의 영역과 성격’이 다르다. 통신사는 공공재인 주파수를 국가에서 임차해 통신업을 수행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에 규제당국의 규제를 받을 수 있지만, 제조사는 인·허가와 무관한 전문 제조기업이기 때문에 통신사업자와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약하다.

국내 단말기 제조사의 내수 시장 비중이 크지 않은데, 제조사 장려금을 공개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제조사의 협상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만약 “제조사가 국내에 지원하는 장려금이 해외에 비해 높으면”, 제조사는 세계에 판매하는 모든 단말기에 동액의 장려금을 지급해야 한다. 결국 분리공시는 국가가 강제로 단말기 제조업자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영업비밀도 일종의 ‘재산권’이다. 광의로 해석할 때 ‘재산권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헌법 37조 2항은 ‘과잉금지’ 원칙을천명하고 있다. 공공의 필요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사인(私人)의 재산권 행사와 사적 자치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것을 ‘공공성’으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치달음’이야말로, 법치를 허무는 것이다.

분리 공시 제외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규제개혁위원회가 지난 9월 방통위 고시안에서 “분리공시를 제외하도록 권고하자” 이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규개위는 분리공시가 제조사의 장려금이 노출되지 않도록 규정한 상위법(단말기 유통법)에 명백히 위배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분리공시에 반대했다. 단통법 제 12조 제 1항은 “이동통신사가 미래부와 방통위에 자료를 제출할 때 제조사별 장려금 규모를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국내 단말기 가격이 비싸서 인가

일각에서 국내 평균 단말기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하는 데, 이는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90% 대로 세계에서 제일 높고 소비자들이 주로 최고급 사양의 프리미엄 단말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단말기 가격의 국제 비교가 가능하려면, 스마트 폰의 사양을 통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컨대 대 배기량을 가진 대형 승용차와 경차 가격을 비교하는 꼴이 된다. <표-1>은 삼성 S5의 국내외 주요 이통사별 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표-1>에서 보듯이, S5의 국내 판매가격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높다고 볼 수 없다.3)

고가 단말기로 인해 가계통신비 부담이 과중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단말기는 제조품이기 때문에 제조사는 업(業)의 속성상 기술개발과 시장경쟁을 통해 지속적으로 단말기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다.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오히려 통신요금인 것이다.

   
▲ <표-1> 국내외 주요 이통사별 S5 가격 비교 (2014년 9월 기준, VAT 포함) 

3. 정책당국의 보조금에 대한 인식오류

현재 통신시장은 포화상태이고 통신요금은 ‘인가제’이다. 통신사 간 통신요금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다. 통신요금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한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어찌 보면 성장이 정체된 이동통신시장에서 ‘번호이동’은 필연적이다. 경쟁사 가입자를 자사 고객으로 만드는 ‘번호이동’에 보조금을 높게 지급해 가입자간 차별이 발생한 것이다. 보조금은 “번호이동 > 신규기입 > 기기변경”의 순으로 지급된다. 이 같은 차별은 ‘이유 있는 차별’로 생산적이다. 자동차 제조사도 비슷한 경쟁구도에 놓여있다. 경쟁사 차를 타던 사람을 자사고객으로 돌리기 위해 다양한 유인(incentive)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차별적’이라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단통법은 요금인가제하에서 이러한 보조금 경쟁을 못하게 묶은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후생손실은 불문가지다.

1) 보조금 규제에 따른 예상되는 ‘소비자부담 증가’

보조금을 규제하면 소비자의 부담은 당연히 증가한다. 이 같은 논거에서 단통법의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정책당국은 이러한 신중론을 깊이 살피지 못하고 단통법을 밀어 붙였다.

<표-2>는 보조금을 일정금액(27만 원)으로 묶었을 때, 예상되는 소비자 부담증가를 시산해 놓은 것이다. <표-2>는 방통위 SKT 보조금 심결자료에 기초해 작성되었다.4)

소비자는 2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27만원 이하의 보조금을 받는 비율은 전체 이용자의 46%이며 평균 보조금은 15.4만원이다. 27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비율은 54%이며 평균 보조금은 52만원이다. 이들의 가중 평균 보조금은 35.2만원이다. 이용자는 평균 35.2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출고가 86만원 단말기를 50.8만원에 구입한다.

단통법 시행(가정) 후 모든 이용자에게 27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면, 보조금을 적게 받았던 이용자 그룹(I-그룹)은 보조금이 11.6만원 늘어 그만큼 단말기 구매비용이 줄어든다. 하지만 보조금을 많이 받았던 이용자 그룹(II-그룹)은 보조금이 25만원 줄어 그만큼 단말기 구매비용이 증가한다. 소비자 비율을 기준으로 2그룹을 가중평균하면 보조금은 8.2만원 감소한다. 그만큼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 <표-2> 단통법 시행에 따른 보조금 차이 분석

2) 보조금 규제는 경쟁수단을 제한하는 조치

보조금의 차별지급이 금지되면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려는 통신사업자간의 경쟁이 제한되기 때문에 통신시장은 이용자(소비자) 중심에서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변하게 된다. 통신사업자간 시장점유율이 고착화되면 통신사의 서비스질이 제고될 수 없다. 통신사업자가 단통법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통신사간 경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제한되면 기술과 서비스 혁신이 제한되어 소비자 후생은 필히 감소될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 9일 한국투자증권의 ‘단통법 시행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으로 2015년 이동통신 3사가 사용하는 마케팅 비용이 5.6% 감소해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9.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5)

동 보고서는 “2013년 기준 이동통신 3사가 마케팅과 단말기 보조금으로 사용한 금액은 각각 8조4000억원, 4조9000억원으로, 이는 영업이익의 각각 2.5배, 1.5배로, 마케팅비용 절감은 수익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단말기 보조금은 신기술 확산을 통해 시장의 성장에 기여해 왔다. 보조금 규제로 단말기 구매가격이 상승하면 고(高)사양(high spec)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이 제한돼 신기술 보급이 지연될 수 있다. LTE의 보급률이 크게 증가한 것은 2011년 7월 이후 단말기 보조금에 힘입은 바 크다. 그 결과 2012년 LTE 단말기 판매 비중이 57%에 달해 미국의 24%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3) 차별적 판매 장려금 금지에 따른 제조사 경쟁력 약화

단말기는 통신 서비스와 결합·소비되기 때문에 제조업자는 판매 촉진 차원에서 통신사업자에게 판매 장려금을 지급할 유인을 갖는다. 제조업자의 장려금은 통신업자를통해 소비자에게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이득이 된다. 판매 장려금은 신상품처럼 수요가 불확실한 경우 통신업자의 위험을 분담해주는 완충 역할을 하며 ‘초기 채택자(early adopter)’를 불러 모으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한국이 IT 강국의 면모를 갖춘 데에는 초기채택자의 기여가 컸다. 정부가 IT 강국을 홍보하면서 단말기 교체주기가 짧고 지나치게 고가 폰 위주라며 초기채택자의 역할을 평가 절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제조업자의 합리적 경제 계산에 따른 차별적 장려금은 영업 전략인 것이다. 따라서 판매 장려금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제조사는 공공재인 주파수를 배정받아 영업하는 인·허가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판매 장려금 규제는 합리적 근거를 갖기 어렵다.

4. 가계통신비 부담완화를 위한 대안: 요금인가제 폐지

단통법 이외의 다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요금인가제’를 폐기해 통신사간 ‘요금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요금 인가제는 PCS 서비스가 시작된 1996년 시장지배적 통신사업자의 요금인하를 제한해 후발 통신사업자를 보호함으로써 유효경쟁을 이끌어 내기 위해 도입됐다. 신규사업자 보호를 목적으로 규제를 20년 가까이 유지한 만큼 이제는 원점에서 요금인가제의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6) 시장점유율이 가장 낮은 LGU+도 이익을 내기 때문에 하위 사업자 보호를 위한 요금인가제는 그 사명을 다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행 통신요금 인가제는 '정부 주도의 담합'과 다름없다.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통신사업자가 정부 허가(인가)를 받아 요금을 책정하면 나머지 2개사가 이를 추종하는 '가격선도제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요금체계변화 시기를 정리한 <표-3>을 통해 이 같은 동조화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요금이 인가제로 묶이다 보니 이동통신 요금지수의 변화도 <그림-1>에서와 같이 ‘역동적’이라고 볼 수 없다.

   
▲ <표-3> 이통 3사 요금체계 변화 시기 

 

   
▲ <그림-1> 이동통신 요금지수의 변화(2010년=100). 출처: 정보통신정책연구원(2012)

5. 결론

단통법 도입의 취지는 합리적인 단말기 유통시장 구조를 만들어 ‘이용자의 편익’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단통법은 ‘이동통신 이용자에 대한 차별적 지원 금지, 단말기 제조업자의 통신사업자에 대한 차별적 장려금 지급 금지’로 요약된다.

이동통신 산업은 기지국 건설 등 초기 투자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혼잡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한 새로운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적 비용은 거의 ‘영(零)’인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요금은 이용 약정액에 연계될 수밖에 없다. 같은 단말기라도 고가요금제 고객에게는 많은 지원금을, 저가요금제 고객에게는 적은 지원금을 지급하게 된다. ‘차별적’으로 보이는 지원 금액의 이면에는 이 같은 합당한 이유가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단통법’으로 지원금을 일정금액으로 묶으면 차별적이지는 않겠지만 소비자의 부담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커진다. 또한 보조금 지급에 상한선이 적용되면 경쟁사 고객을 유치하려는 통신사업자 간의 경쟁이 제한되기 때문에 현재의 시장점유율이 고착화되고 최신 기능의 신제품에 대한 접근 기회도 줄어든다.

통신요금 인가제로 요금경쟁이 제한된 가운데,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마저 규제된다면 통신사간 시장점유율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SKT와 신세기통신이 합병한 2001년부터 10년 이상 시장점유율은 “SKT : KT : LGU+ = 5 : 3 : 2”를 유지하고 있다.7)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려면 통신사업자 간의 요금 인하 경쟁 기제가 작동해야 한다. 단통법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 현행 통신요금은 ‘정부 주도의 담합’과 다름없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제1 통신사업자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요금을 책정하면 나머지 2개사가 이를 추종하는 ‘가격선도제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요금 체계는 복잡해 보이지만 요금은 이미 동조화돼 있다.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선 당국에 의한 가격인가제를 폐지하고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모의 실험분석 결과 요금인가제를 폐지해통신사간에 경쟁을 유도한 상태에서 후발기업의 경영혁신(비용절감 또는 품질개선)이 수반될 경우 경쟁균형가격이 ‘인가된 요금’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과 장려금은 통신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를 규제하는 것은 기업의 가격 차별화 전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경쟁을 질식시키면서 소비자 편익을 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제 대안은 분명하다. 단통법을 폐지하던지 아니면 보조금 경쟁을 요금경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현재 이통사의 마케팅 지출 규모를 볼 때,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폭은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예컨대 자동차 유지가 어려운 것은 자동차 가격이 비싸서라기보다 휘발유 가격이 비싸서일 터이다. 이동통신도 마찬가지다. 통신요금 경쟁이 불가능하도록 인·허가권을 움켜쥔 것이 원죄인 것이다. 미래부에 대해 ‘창조적이지도 않고 미래도 없다’는 힐난이 왜 나왔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1)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 (조해진의원 대표발의, 발의연월일 2013. 5. 27.)

2) 하지만 견강부회도 있다. 논리는 이렇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소비자들이 보조금을 많이 받으면 마치 큰 이득을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겠지만, 제조사와 통신업체가 뿌리는 보조금은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거두어들인 것으로 보조금도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파렴치한 ‘자기 합리화’가 아닐 수 없다.

3) 단말기 출고가는 기본적으로 이통사가 결정하는 구조이다. 제조사는 단말기를 이통사에 공급하고 장려금도 이통사에 지원할 뿐이기 때문이다.

4) 방통위 SKT 보조금 심결자료, 2012.12~2013.1, 2013.4~5, 2013.5~10 조사한 자료.

5) 한국투자증권은 이동통신3사의 평균 보조금(제조사 판매장려금 제외)이 2013년 20만3000원에서 14년 상반기에 28만원으로 높아졌으나, 2015년에는 2013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 2010년 요금인하는 인가가 아닌 신고사항으로 변경되었으나 절차가 까다로워 사실상 인가와 다름 없음.

7) 소매요금 규제가 없는 EU, 미국 등은 경쟁에 의해 시장이 역동적으로 변화했다.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추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영국 Vodafone: 28%('01) → 26%('06) → 24%('12), 프랑스 Orange: 48%('01) → 46%('06) → 36%('12), 독일
T-Mobile: 41%('01) → 37%('06) → 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