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편성 어렵다"...200만 무상보육 대상 어린이·학부모 외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놓고 야권 의원들이 황우여 부총리 참석을 요청 하면서 오전 회의가 통째로 정회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누리과정(어린이집 교육과정) 예산 편성을 두고 일선 교육감들이 도입 당시에는 크게 환영하더니 3년도 지나지 않아 지방교육재정난을 이유로 예산 편성이 어렵다는 엉뚱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교육감들은 누리과정의 경우 대통령 공약사업이니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누리과정은 유아교육법상 무상교육 대상이므로 시․도교육감의 교육․학예사무에 해당하고 예산편성은 법령상 의무라고 맞서고 있다.

16일 국회 교문위의 서울·경기·강원교육청 국감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경직성 경비가 75%나 된다"며 "재량 지출을 통해서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경기도·강원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사중지가 선언된 가운데 이재정(왼쪽부터) 경기도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조 교육감은 "학생 수 감소로 교육재정이 줄어든다는 논리는 현실성이 없다"며 "교육부가 우리와 같은 입장에서 재정확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도 "근본 문제는 교육재정 자체가 너무 빈약하다는 점"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교부금 총액이 늘어난다고 산정을 잘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도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법적으로 편성할 의무는 없다"면서 "일반재정을 안쓰면서까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 시도에 돈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이날 교육부·기재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며 현행 교부금 교부율을 25%로 올려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누리과정은 2012년 당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활용을 전제로 도입된 정책이다. 당시 대다수 교육감들도 신년사에서 누리과정 도입에 동의하고 내실화를 약속했다.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은 2012년 신년사에서 '만 5세 누리과정을 정착시켜 마음 놓고 아이 키우는 강원도를 만들겠다'고 했고, 김복만 울산시 교육감 역시 "누리과정 유아의 교육비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등 맞춤형 교육복지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울시 교육청도 자신들이 만든 유아교육 책자에 '올해 처음 시작하는 5세 누리과정의 안정적인 정착에 힘쓰겠다'는 취지의 글을 싣기도 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법적 의무가 아니라는 이들의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현행 유아교육법(제24조)은 초등학교 입학 전 3년 어린이에게 무상교육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시행령(제29조)과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제23조 1항)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누리과정을 받는 3~5세 어린이에게 무상교육을 하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보통 교부금으로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며 "예산 편성이 어렵다는 주장은 무상보육 대상 어린이 200만명과 학부모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에서 의결한 사항이다"며 "교육감들은 학생들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