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기 위해선 최적의 산란장소 필요...고급인력 유출부터 막아야

   
▲ 박대식 국제경영원 전문위원
몇 년전에 은행의 기업채권담당자와 빚이 많지만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이 있었다. 중소기업도 좋은 기술이 있을 경우 자금만 지원하면 회생할 수 있지 않겠는가하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그 담당자는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 기업이 어려워지면 맨 먼저 우수인력이 떠납니다. 그 다음엔 은행이 중소기업에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기업이 갖고 있는 알짜 부동산을 담보로 확보합니다. 껍데기만 남은 중소기업을 누가 매입하겠습니까? 기술이 있다는 중소기업도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있어야 하겠지요.” 그 담당자의 답변이다.

이런 일이 지금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다. 유럽의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유럽의 고급인력이 유럽을 떠나 미국 등 여건이 좋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부터 매년 12만명의 석사급 이상 고급인력이 순 유출되고 있으며 이태리의 경우만 해도 2000년부터 2008년까지 150만명의 기술인력이 유츨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고급인력 유출은 금융위기 이후 소위 포르투갈, 이태리,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등 소위 경제난이 극심한 PIGS국가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으며 포르투갈의 경우 매년 10만명의 기술자들이 자국을 떠나 미국이나 중남미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추산한다.

반면, 극심한 실업난 속에서도 유럽의 기업들은 고급기술인력 일자리의 27%가 적당한 인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디지털 부문에서만 2020년까지 90만명의 인력이 부족하게 되고 독일의 경우도 과학, 엔지니어링, 수학, 기술 부분에서 약 100만명의 연구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급인력의 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유럽집행위는 미국의 Green Card와 유사한 Blue Card Initaitive제도를 2011년에 도입하여 외국의 고급인력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당초 200만명의 외국 고급인력의 유치예상과는 달리 2012-13년 두해동안의 실적은 당초 기대에 비해선 20만명의 외국인력 유치라는 초라한 실적을 내는데 그쳤다.
 

   
▲ 유럽의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유럽의 고급인력이 유럽을 떠나 미국 등 여건이 좋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경기 침체 등으로 인력 유출이 심각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고급인력이 자국을 등지고 있는 것은 유럽의 경제난으로 적당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이유도 있겠으나 미국이 유럽에 비해선 연구인력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과 자유로운 연구환경 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서 창조경제라는 화두를 제시하고 창조적인 R&D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의 핵심가치라고 할 수 있는 기술경쟁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어느 대기업군의 회장 한 분은 몇 년전에 천재 기술인력 한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며 先導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98년을 전후하여 기업경영분야에서 유행했던 “A Winner takes All."이라는 말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인력을 대체하는 로봇생산의 보편화와 다양한 Supply Chain의 조합을 구성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체제 아래선 先導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자금을 투여해도 디자인이나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제고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대량생산과는 전혀 다른 페러다임에서 常識의 파괴가 자유롭게 용인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만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금융에 마저 “창조”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常識破壞가 허용되어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황금알을 지속적으로 낳게 하기 위해선 거위에게 최적의 산란환경을 만들어 줄 일이지 거위의 배를 가르는 遇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대식 국제경영원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