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코로나19 확산으로 저조한 투표율이 예상된 4.15 총선에서 반전이 관측된다. 유권자 10명 중 7명이 적극적인 투표 의향을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도층' 잡기가 총선의 승패 핵심 '키'로 떠오른 가운데 도리어 '지지기반 굳히기'가 관건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지난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국회의원선거 관심도 및 투표참여 의향' 등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8명(81.2%)은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갖고 있고 10명 중 7명(72.7%)은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총선 직전 조사 결과(63.9%)보다 8.8%p 늘어난 수치다. 통상 실제 투표율은 여론조사보다 낮은 수치를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불안'과 '공천 파동' 및 '꼼수 위성정당' 등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싸늘해진 여론을 감안하면 투표 의지가 약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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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5 총선 투표 독려 영상./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연령별로는 60대가 83.8%로 가장 강한 투표 의지를 보였고 18~29세는 52.8%로 가장 적게 나타났다. 30대는 71.3%, 40대 77.0%, 50대 73.7%로 70%대를 기록했고 70세 이상도 82.5%로 높은 투표 의사를 보였다. 4년 전 총선 대비 18~29세(-2.6)를 제외하고는 전 연령대에서 높은 증감률을 보였다. 2016년 총선보다 30대는 11.7%p, 40대 13.8%p, 50대 8.4%p, 60~70대 이상은 10.4%p 올랐다.
일반적으로는 투표율이 젊은 연령층에서 높으면 상대적으로 '민주당계'가 유리하고 고령의 투표율이 높으면 보수 정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투표에 관심이 없는 청년층의 투표율을 제고하기 위해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번만큼은 '투표을 상승'이 특정 진영에 유리하다는 과거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한다.
미래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투표율이 높아지는 건 통합당 쪽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해석된다"며 가장 큰 이유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숨겨진 분노"라고 말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선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전체적으로 높게 집계되고 있다. 이러한 여론 추이를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적극적으로 나와 '정부 심판에 대한 의지'가 적어야 상식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국민의 투표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은 그동안의 정부 실정에 대해 겉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분노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샤이 보수'가 표심을 상당히 감추고 있고 최고치를 기록하는 대통령 지지율로 보아 국민들이 정부에 대해 불만이 없어야할 것 같지만 실제 국민들 마음은 정부에 대한 분노를 숨기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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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로 4.15 총선의 투표 의지는 당초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선관위 여론조사에선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률이 지난 2016년보다 8.8%p 증가한 72.7%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과거 20~30대 투표율이 실제로 높게 나오면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결론이었는데 이번엔 60대 이상 유권자가 2016년 총선 때보다 218만명 늘어난 데다 적극 투표율까지 높아 통합당에 유리한 변수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0~40대에서도 높은 투표 의향을 보였는데 이들이 경제적 타격을 많이 받은 연령대"라며 "과거처럼 민주당 쪽에 유리하다고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생산능력이 가장 높은 만큼 경제적 타격도 치명적으로 받은 30~40대가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민주당에 불리할 수 도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일반적인 특징이나 과거 법칙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이번 총선에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교수는 "특정 정당의 충성도가 낮은 중도층에겐 '내 이익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가'가 중요한 결정 요소"라며 "지난 총선보다 중도층이 많아졌다"고 중도 표심을 총선의 중요 변수로 봤다.
중도층의 투표 참여와 관련해선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전체적인 투표율보단 각 정당 지지층의 투표율이 더 중요하다"며 "중도층도 중요하지만 각 정당이 지지층을 투표장에 얼마나 유인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투표 의지 상승'이 반드시 보수 진영에 유리하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통합당의 '중도층 집착'으로 정통적 보수 지지층이 제3의 대안정당으로 눈길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임종화 청운대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지금 보수 지지층의 극도의 분노가 결과를 거의 기대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통합당이 당과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오히려 허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중도보수 통합'부터 '공천'까지 당에 대한 정통 보수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오히려 과거보다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높은 투표 의지가 반드시 '정권 심판'만을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이번 조사는 중앙선관위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의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23일~24일 양일간 전화면접(CATI)으로 표본프레임은 유·무선전화 RDD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5.0%, 표본오차는 9 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이며,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부여(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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