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 수년간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 상당한 수익을 올렸던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상황변화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현지에서 영업중단‧주가폭락 등 부동산투자회사(REITs, 리츠)들이 봉착한 다양한 위기가 고스란히 국내 증권사들의 ‘쇼크’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미국 등 해외에서 부동산 산업의 위기로 비화되고 있다. 이미 현지에선 영업을 중단하거나 매장을 폐쇄하는 리츠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연합뉴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호텔·숙박업계로 미국 제2위의 호텔·리조트 리츠인 '파크 호텔&리조트'(Park Hotels & Resorts) 주가는 현재 연초 대비 약 72.17% 폭락한 상태다. 이 회사를 포함한 13개 미국 호텔 리츠, 그리고 세계 최대 호텔 체인으로 손꼽히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최근 배당 중단 혹은 배당금 삭감을 발표한 상태다. 수익성과 유동성 악화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리테일 리츠인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Simon Property Group)의 경우도 지난달 18일부터 미국 내 209개 전 매장의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이 회사의 주가는 연초 대비 60% 넘게 폭락했다.

결국 스탠더드&푸어스(S&P) 글로벌 리츠 지수는 연초 이후 약 32% 급락한 상태다. 이는 미국 증시 S&P500 지수(-17.55%)의 2배에 가까운 하락률이다. 다우지수 등 주가지수의 경우 폭락을 했다가도 어느 정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리츠 회사들의 주가는 낙폭을 거의 회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상황은 국내 증권회사들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상당히 많이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국내의 해외부동산 투자펀드 설정액은 지난 3월말 현재 54조 7935억원으로, 2015년 말(11조 2779억 원) 대비 5배 가까이 늘었다. 

작년에도 미래에셋대우가 프랑스 파리의 대형 오피스 빌딩 '마중가 타워'를 약 1조830억원에 사들여 업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유럽 부동산 투자 금액은 작년 125억 유로(약 16조5119억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122% 늘어난 상태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기록한 호실적의 상당 부분이 해외부동산에서 기인했지만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어 버렸다. 현지 부동산 산업의 위기로 여기에 집중 투자한 증권사와 관련 해외부동산 펀드들의 손실 가능성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근 무디스가 국내 주요 6개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하락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인수한 해외부동산을 펀드 등에 재매각하는 흐름이 끊기면서 미매각 물량이 고스란히 증권사들의 부담으로 쌓이고 있다”면서 “자산평가손실 리스크가 확대되면 당장 2분기부터 증권사들의 실적이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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