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까지 승승장구했던 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출하고 있다. 예상치가 나온 증권사 중에서 키움증권의 경우 1분기 당기순익 추정치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촉발시킨 이번 위기는 이번 분기를 시작으로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영향이 당장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 사진=연합뉴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증권업종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41.38% 감소한 5373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한 달 전 예상치에 비해서도 무려 33.34% 하향 조정된 수준이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익이 최대 60.82%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다른 대형사인 NH투자증권은 50.58% 감소한 1171억원, 메리츠종금증권은 43.04% 줄어든 945억원, 키움증권은 56.02% 감소한 891억원으로 추정된다.

삼성증권의 경우도 영업이익 예상치가 888억원에 머물러 40.6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미래에셋대우는 1285억원으로 9.54%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나아가 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는 키움증권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9% 줄어든 780억원의 당기순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 역시 43.2% 줄어든 1483억원, NH투자증권은 42.9% 감소한 980억원으로 예년의 절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싱된다. 그나마 삼성증권은 20.0% 줄어든 780억원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1분기 순이익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그동안 증권사 실적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투자은행(IB)과 트레이딩 부문이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많은 업무가 진행되는 IB 파트의 경우 코로나19 초기였던 지난 1월 말 무렵부터 해외출장이 불가능해지면서 업무 프로세스가 사실상 멈춘 것이나 다른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밖에도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의 손익 악화, 증거금 급증에 따른 조달비용 발생, ELS·DLS 조기상환 감소, 주식시장 급락에 따른 자기자본 투자(PI) 손실인식 등 다양한 요인이 합쳐지면서 매우 부진한 실적이 공시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 증권사들의 수익성 면에서 효자 역할을 해오던 IB 파트의 부진이 가장 큰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최근 악화된 상황 때문에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까지 검토되고 있어 진짜 심각한 상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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