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 최고급 요리 ‘산슬샥스핀’...한국에선 대중요리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개그맨 겸 방송인 유재석의 예명은 '유산슬'이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은 유산슬이 중국집의 대표 요리 중 하나로 알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중국요리인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은 중국의 원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중국 이외 지역에서의 중국요리'라고 정의된다.

   
▲ 유산슬


유산슬은 더 다르다. 그야말로 '한국에만 있는 중국요리'다.

주희풍 (서울대 중국어학과 박사과정)씨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산슬'의 어원은 산슬어시(三絲魚翅), 중국말로 '샨슬샥스핀'이다. 산슬어시가 류산슬(溜三絲)로, 또 두음법칙으로 유산슬이 된 것.

산슬어시는 상어지느러미로 불린, 마른 상어지느러미 요리다. 말린 해삼, 닭다리 살, 겨울 죽순을 잘게 썰어 볶은 후, 불린 마른 상어지느러미와 소스를 그 위에 뿌리는 것이다.

불린 상어지느러미의 톡톡 터지는 식감과 꼬들꼬들한 해삼, 닭다리의 부르러움과 겨울 죽순의 아삭함이 조화를 이룬, 그야말로 '최고급' 요리다.

두말 할 것도 없이, 그 핵심은 상어지느러미, 즉 샥스핀(魚翅)이다. 아주 비싼 식재료다.

유산슬은 여기서 샥스핀을 뺀 '산슬(三絲)을 류(溜)했다'는 뜻이다. 

샨슬샥스핀에서 값비싼 샥스핀은 빼고, 나머지 세 가지 식재료는 살린 채, 류라는 요리기법을 썼다는 말이다. 류는 물에 녹인 녹말가루를 볶은 재료에 끼얹어, 솥을 돌리면서 볶어내는 기술로, 소량의 국물과 녹말가루의 조합으로 요리가 걸쭉해지면서, 목으로 술술 넘어가듯 부드럽다.

즉 유산슬은 값비싼 최고 요리를 변형, 대중화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중국 명.청 황제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중국 산둥(山東) 요리의 류라는 조리기법과, 역시 비싼 재료인 마른 해삼이 들어있다.

산둥요리의 본향은 산둥성 옌타이(煙台)다. 이곳 출신 요리사들이 중국 근.현대 베이징, 텐진, 따롄 등에서 성업했고, 개항기 이들은 우리나라 인천 등에도 흘러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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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들어온 샨슬샥스핀과 류 기법은 부잣집 '모던보이' '모던걸'들의 사랑을 받다가, 1960년대를 거치면서, 변형되고 대중화됐다.

샥스핀은 당연히 빠지고, 닭다리 살 대신 돼지고기, 겨울 죽순 대신 통조림 죽순을 택했다. 마른 해삼도 다른 걸로 대체하거나 소량만 써서 단가를 낮췄다. 대신 채 썬 갑오징어와 새우살, 마른 표고.팽이버섯을 넣어 요리를 풍부하게 보이게 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1960년대, 중식당이 대중화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인천 일대에서 대규모 채소 영농에 종사하던 화농(華農)들이 대거 중국음식점으로 전업한 시기이자,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공장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도시로 유입되던 시대와 일치한다.

단지 값비싼 재료들만 뺐다고 해서 유산슬이 '경제성 있는 대중요리'로 탈바꿈한 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마른 해삼과 '류'라는 고급 기법이 살아있기에,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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