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쟁 당국 기업결합 승인 얻어내 '9부능선' 넘었다는 평가
불확실성↑…예정대로 인수대금 내고 재빨리 계약 끝낼 이유 없어져
업계 "최악의 경우 계약금 2500억 날리고 인수 포기할 수도"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계속 일정이 밀리는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심사가 중국과 미국에서 차례로 승인됐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이 영업 중인 6개국 중 러시아만 남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업계가 최악의 경영난에 봉착하며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인수대금 납입을 사실상 늦추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곧 이달 말을 목표로 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일정상 차질이 생겼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21일 항공업계·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는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승인 조치했다. 이로써  HDC현산측이 기업결합승인을 신청한 해외 영업 6개국 중 러시아만 남게 됐다.

지난해 12월 27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61.5% 취득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 아시아나항공이 영업 중이던 미국·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터키 등 해외 6개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바 있다.

미국 경쟁 당국 승인으로 해외 기업결합 승인은 '9부 능선'을 넘게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매각 절차에 필요한 유상증자 등 후속 절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당초 각국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승인을 얻어내면 곧바로 아시아나항공 1조4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차입금 1조1700억원을 상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외 약 3000억원 수준의 추가 공모채 발행·인수금융 등을 통해 나머지 인수 자금을 마련해 이달 말 주금납입과 동시에 인수 절차를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 탓에 아시아나항공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며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딜 클로징을 서둘러 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세웠다는 전언이다. 정부발 항공업계 지원방안 마련이 논의되고 있고, 최근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어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도 추가 지원안이 회의에 부쳐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 역시 지난해 말 대비 대폭 늘어 채권단에 상환할 차입금도 1조1700억원을 훨씬 웃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한다해도 차입금 상환에 어려움을 느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격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선 여러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대금을 예정대로 모두 내고 재빨리 계약을 끝낼 이유가 없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는 당초 이달 중 예상됐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와 HDC현대산업개발의 추가 회사채 발행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본다. 이는 곧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달 말을 목표로 했던 인수 종료가 언제 성사될지 모르게 됐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관련업계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지원 협의 결과가 매각 성공 여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HDC현대산업개발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대출금 상환 연장·금리 인하 등을 비공식 경로로 요청했다는 설이 퍼지고 있다.

일각에선 채권단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5000억원을 출자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HDC현대산업개발측은 현재 "채권단에 지원책을 요청한 바 없다"며 말을 아끼는 중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달 말 인수 작업이 종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측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인수 조건 완화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 또 최악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이 계약금 2500억원을 날리더라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게 항공업계와 금융권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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