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상임전국위 무산돼 '임기 제한' 명시 당헌 개정 불발
상전위 건너뛰고 전국위원 참석 과반 넘어 전국위 개회
김종인 비대위 통과...4개월짜리 임기 제한에 김종인 '거부'
[미디어펜=손혜정 기자]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진통을 거듭한 끝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28일 제1차 전국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거부' 뜻을 밝힘에 따라 향후 통합당의 비대위 체제 정상 가동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통합당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차 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가결했다.

이날 전국위는 총 629명의 전국위원 중 330명이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워 개회됐으며, 찬성 177표, 반대 80표로 '김종인 비대위 출범안'을 통과시켰다.

   
▲ 지난 27일 오전 자택을 나서는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 통합당은 28일 전국위를 열고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가결했으나 김 전 위원장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4개월짜리 임기 제한 '관리형 비대위'는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사진=연합뉴스

다만 김종인 비대위는 4개월짜리 시한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려야 했던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가 전체 상전위원 45명 중 17명만 참석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 측 최명길 전 의원은 전국위 직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종인 대표는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4개월짜리 임기 제한 '관리형 비대위'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통합당은 김 전 위원장이 임기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비대위원장직을 요구함에 따라 전국위에 앞서 상임전국위를 열고 차기 전당대회 일정(8월 31일)을 삭제하는 등 당헌 개정을 시도하려 했다. 그러나 성원 실패로 상전위가 불발되면서 당헌 개정은 발의되지 못했다.

통합당은 지난 2월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을 통합해 출범하면서 차기 전대를 8월 31일까지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등 경과규정을 당헌 부칙에 둔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당헌 개정 무산으로 경과규정은 일단 유효하게 됐다.

그러나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전국위가 비공개로 전환되기 전 공개발언에서 "(상전위가 무산돼 고치지 못한) 당헌 개정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차기 비대위원장이 '임기 제한' 부칙을 삭제할 수 있다며 그 권한을 암시한 것이다.

   
▲ 28일 전국위원회를 마친 뒤 브리핑하는 (왼쪽부터) 정우택 전국위의장·심재철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조경태 최고위원. 심 대행은 '김종인 비대위' 통과를, 조 최고위원은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사진=미디어펜

심 대행은 전국위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김 위원장에게 투표 내용을 다시 말하고 비대위원장을 수락해달라 요청할 생각"이라며 김 위원장이 수락하지 않을 경우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김 전 위원장이) 수락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심 대행의 기대와는 달리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한 내홍은 한동안 거듭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위원장의 최종 수락 여부와 임기 논란에 이어 당내 반발로 인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위 직후 심 대행보다 앞서 입장을 밝힌 조경태 최고위원은 "절차상으로도 불신임 상황"이라며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총회에서 대다수가 반대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최고위원은 "당선인 총회에서 심 대행 겸 원내대표가 상전위가 안 열리면 전국위도 안 한다 했다"면서 "상전위에서 정족수 미달로 성원이 안 됐으니 전국위를 열면 안 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통합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도 '김종인 비대위' 전환 등 당의 진로를 두고 3시간 이상 격론을 벌였지만 끝내 당론을 모으지 못했다. 총회는 당초 29일로 예정됐으나 당의 향배를 두고 당선인의 총의를 모으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일정이 당겨져 이날 전국위보다 먼저 열렸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총회 중간 취재진들에게 "(의견이) 반반이었다. 중진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으로 가자는 것이었고, 젊은 분들은 '안 된다, 당선인 총회에 전권을 맡겨서 밤새더라도 의논하자'라는 의견이 나왔다"며 "비대위 추인을 강행하면 시끄러울 것 같다"고 전한 바 있다.

   
▲ 28일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당 전국위 회의장 밖에서는 '자유청년연맹'이 김종인 비대위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사진=미디어펜

한편, 이날 전국위가 열린 회의장 앞에는 박순옥 통합당 아동청소년분과 부위원장 및 책임 당원 일부로 구성된 '자유청년연맹' 회원 일동이 '김종인 비대위 반대한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김종인 거부'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성명서를 대표로 발표한 박순옥 부위원장은 "자유청년연맹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전국적인 중도보수 청년단체로,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따른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를 거부한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본인 스스로가 과거 부정부패에 연루된 부적격 인물이고, 팔순 고령의 줏대가 없는 인물이 통합당의 쇄신과 미래를 책임지기에도 부적합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들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와 당내 참신한 지도부 발굴 및 구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김종인이 차라리 당대표를 나오던가. 임시로 왔으면 비대위는 전대까지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위를 마친 뒤 대기하던 자유청년연맹의 '김종인 거부' 퍼포먼스로 정우택 전국위의장 및 심 대행은 얼굴을 굳힌 채 해당 장소를 떠났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