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국회 절반 이상이 초선의원, 엇갈리는 시선
정치혁신 이끌까, 경험 부족으로 혼란 일으킬까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제21대 국회가 젊어졌다. 초선 국회의원 비율이 지난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 이후 16년만에 절반을 넘긴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15 총선 당선인 300명 중 151명이 초선 의원이다. 17대 국회 188명 이후 가장 많은 수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경우 전체 당선인 163명 중 85명이 초선 의원이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도 당선인 103명 중 58명이 총선이다.

정치권에서는 초선 의원들이 정치권 전반의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차기 대선이 2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각 당의 대권 주자별 세력 구축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의정경험이 부족한 만큼 국회 운영이나 각 당의 향후 행보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미디어펜’과 만난 자리에서 우스개소리로 “초선이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가능성과 누구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내뱉는 과감성을 동시에 포함한 의미였다.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시민당 초선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 고민정 서울 광진을 당선자 등이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 가장 유명한 소장파는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의 남‧원‧정 트리오다. 16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이었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정병국 의원과 함께 당내 정풍운동을 주도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돌이’라고 불리며 당선된 108명의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들도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향해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오죽하면 당 지도부가 이들을 ‘108번뇌’라고 부를 정도였다.

반면 19, 20대 국회를 지나면서 초선 의원들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눈치만 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7대부터 국회를 드나든 한 인사는 “예전에는 초선들이 패기와 열정으로 ‘내가 뭔가를 꼭 해보겠다’는 각오가 대단했었다”면서 “최근 초선들은 ‘보신주의’로 가득 차 당 지도부의 눈치만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혹평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초선 의원들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 이들의 활동에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실리고 있다. 특히 차기 대권 구도와 현재 당 상황이 맞물리면서 각 당의 세력구축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 초선의원 상당수가 ‘친문’으로 채워졌다. 여기에 차기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와 가까운 사람들도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서 초선 의원들이 향후 계파의 세력화 과정에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장에서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주재로 당선자 총회가 열렸다./사진=미래통합당

통합당도 마찬가지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황교안 전 대표는 물론 당 지도부와 핵심 인사들이 모두 낙선하면서 일시적으로 리더십의 공백이 발생한 상황이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더라도 당내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향후 전당대회까지 초선들이 완충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초선 의원들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드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여당의 경우 다수의 초선 의원들이 청와대 출신 등 현 정부와 관련되어 있는 만큼 정부‧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의 초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당선인을 비롯해 수석을 지낸 정태호‧윤영찬‧이용선 등 청와대 출신만 16명이다. 여기에 ‘조국 수호’로 알려진 김남국‧김용민 당선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활동한 조오섭‧이용빈‧문진석 당선인 등 현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사가 많다.

이해찬 대표가 지난 27일 초선 의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워크숍에서 열린우리당의 경험을 공유하며 겸손함을 거듭 강조한 것 또한 ‘108번뇌의 재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분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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