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차기 대권주자 2위를 달리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급락한 지표를 보이고 있다.
'황교안의 퇴장'과 함께 기지개를 켜는 통합당 내 '잠룡'들도 아직은 저조한 선호도를 보이고 있어 통합당과 범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후보군이 '증발'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황 전 대표는 4.15 총선 직후 '쿠키뉴스'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차기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범 야권' 후보 가운데 4위(4.2%)에 머무르는 데 그쳤다. 출마 지역구 종로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에게 패배하고 통합당이 '총선 참패' 고배를 마시면서다.
범 야권에서 유력한 대권주자로 오른 새로운 인물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10.6%),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8.5%), 오세훈 전 서울시장(7.9%), 유승민 통합당 의원(10.6%) 등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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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대권주자 2위를 달리던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왼쪽)가 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급락한 지표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대선 후보 유력 인물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사진=(좌)연합뉴스 (우)미래통합당 |
지난달 28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낙연 당선인이 40.2%로 1위를 굳건히 지켰으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4%로 2위에 안착했다. 이어 홍준표 전 대표(7.6%), 황교안 전 대표(6.0%), 안철수 대표(4.9%), 오세훈 전 시장(4.7%), 유승민 의원(3.3%)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야권 진영, 특히 통합당에서 뚜렷한 대권 주자군이 희미해진 데에는 '잠룡'으로 평가받던 유력 인사들이 이번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불출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아무런 비전이 없고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보수의 유통기한이 만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통합당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정당의 뚜렷한 가치와 비전 제시 실종뿐만 아니라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기 전부터 당권 및 대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대권 도전이 정치인생의 마지막 꿈이라고 했던 홍준표 전 대표는 총선 직후엔 통합당을 비대위 체제로 구성하고 외부 인사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대위원장직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본인의 대선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한 이해관계로 풀이됐다.
통합당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당분간은 당내 홍 전 대표(무소속)를 위협할 만한 잠룡은 없을 것"이라며 "당대표로 본인이 직접 나오진 않을 것이고 대구 지역 정가에 의하면 이미 상당수가 홍 전 대표 쪽에 줄을 섰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70년대생 경제 대통령 후보론'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선수·나이·계파·지역' 타파를 내세우자 돌연 김 전 위원장의 과거 '부패 전력'을 폭로하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 전환'을 결사 반대하고 나섰다.
총선에서 5선에 당선된 조경태 최고위원도 '킹메이커'를 자처한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줄곧 반대 의사를 강경하게 표명하며 '조기 전당대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조경태 의원이 '차차기 대선주자'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라며 그를 위한 포석으로 "이번엔 당대표를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별다른 직함 없이 4.15 총선 유세 선봉에 나서 '대선 잠룡 몰풀기' 행보를 보였던 유승민 의원도 지난달 24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비상대책위원회를 한다고 해서 금방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김종인 비대위론에 견제구를 날렸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누가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총선 패배 요인 및 통합당 향배를) 알아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외부 인사 영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대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이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배경엔 당 회생 방법론을 둘러싼 문제 제기보다는 '김종인 발 쇄신 계획'이 자신들의 대권가도에 제동을 걸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위원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 검증이 다 끝났는데 뭘 또 나오느냐"며 '잠룡'들을 직접 겨냥한 데다 새인물론을 주장하고 있어 달가울리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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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비대위 가동 여부에 따라 통합당 2022 대선주자 경쟁 구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40대 기수론'을 주장하자 대선을 염두에 둔 당 안팎 유력 인사들이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반대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
한편, 익명을 요구한 통합당 관계자는 통합당 대선주자 후보군과 관련, '미디어펜'에 "(현재로선) 누가 (대선 후보로) 나오든 희망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특히 홍 전 대표가 나온다면 통합당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20% 정도의 보수만 보고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대선에 24%를 득표해 2위를 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그 20%도 홍 전 대표에 대한 지지라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통합당의 당 회생 방법론과 2022 대선 준비와 관련된 '주사위'는 오는 8일 새로이 구성되는 원내지도부의 몫으로 넘겨진 상황이다. 김종인 비대위 또는 조기 전당대회 등 통합당의 향배에 따라 대권가도의 운명이 갈려질 전망이라 새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인용된 쿠키뉴스 여론조사는 한길리서치가 총선 직후인 지난달 18일, 20일 양일간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조사(유선전화면접 20%, 무선전화면접 30%, 무선 ARS 50%, 무작위 RDD추출) 방식으로 실시한 결과다. 응답률은 5.2%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리얼미터 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5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무선 80%, 유선 20% 병행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4.5%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1.9%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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