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미 간 하노이회담 이후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독자 남북협력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앞서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이룬 남북관계를 북미대화 재개까지 속수무책으로 방치할 수 없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남북 간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은 27일 “코로나19의 위기가 남북협력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며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신뢰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평화 경제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제 북미대화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 시점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현실적 방안을 찾아 남북관계 최대한 발전 시켜 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7일 코로나19 사태를 염두에 두고 남북 간 ‘보건 협력’을 제안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도 제안한 바 있는 남북 보건협력을 다시 제안한 것으로 의료장비, 기술협력 등 지원을 통해 남북협력에 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정부도 보조를 맞춰 통일부는 최근 ‘2020년 남북관계발전시행계획’을 밝히고,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말라리아 등 시급한 감염병 분야의 협력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이 밖에 정부는 남북 간 철도연결사업 추진, 이산가족상봉, 개별관광, 남북공동유해 발굴 등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하며 남북 간 접촉면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부는 지금 코로나19 사태 대응이라는 시급한 과제와 함께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철도연결사업과 이산가족상봉 등 인도주의적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제기하며 남북 간 독자협력에 서두르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차기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앞으로 1년 정도 기간동안 남북협력사업의 기반을 닦아놓아야 한다는 현 정부의 다급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남북협력사업에는 여전히 미 행정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북한의 호응이 관건이다.    

   
▲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은 27일 정부가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가진 뒤 참석자들이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동해북부선 배봉터널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먼저, 대북제재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는 인도주의적 사업이라는 점과 미국과 긴밀히 협의했다는 말로 돌파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는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8일 문 대통령의 전날 남북 철도연결사업 추진 메시지와 관련해 “남북 철도연결사업 추진은 그동안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왔다”고 밝히고, “큰 제약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코로나19 대응 협력이나 개별관광에 대해서도 “미국과 오래 협의해온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북미 간 비핵화협상이 진전되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이 호응에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남북협력에 앞서 미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망하는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담당국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측 협상상대가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남북협력 제안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중대한 진전은 적어도 몇 개월을 더 기다려야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9일 보도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북미가 평화협정에 발 빠르게 나설 수 있도록 막후에서 일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다시 제안할 수 있지만 김 위원장이 거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음, 정부가 독자 남북협력을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북한의 호응 여부이다. 더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퍼진 상황에서 북한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도 침묵해왔다. 

그러던 중 북한은 1일 우리민족끼리에 논평을 싣고 첫 반응을 내놓았지만 그동안 남한정부의 ‘미국 눈치보기’를 비난해오던 반응을 되풀이한 것이어서 새로운 태도 변화를 감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민족끼리는 “얼마 전 남조선 통일부가 현실성도 없는 잡다한 협력교류 문제들을 잔득 반영한 ‘2020년도 남북관계발전시행계획’이라는 것을 발표했다”며 “통일부는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생색만 낼뿐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하나도 없어 개점휴업부서, 공밥먹는 부서로 비난받고 있다”고 했다.

또 “남조선 각계층 속에서 통일부가 발표한 시행계획에 대해 실패한 대북정책의 복사판, 반쪽짜리 일회성 계획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우연치 않다”며 “남조선당국은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 부질없는 말장난질을 걷어치우고 북남관계를 교착국면에 몰아넣은 저들의 죄악부터 똑바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북한의 반응을 볼 때 우선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북한이 협력사업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특히 남한정부가 북한에 파격적인 지원이라도 담보한다면 모를까 기존에 제한한 수준의 협력사업 정도라면 북한은 북미대화 우선이라는 기조를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럴 경우 정부는 한미동맹 마찰도 우려해야 하므로 결국 남북협력사업은 북한 비핵화와 연계될 수밖에 없고 두가지 문제에서 모두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서야만 진전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