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간 잠행을 끝내고 북한매체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북미협상이 재개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 위원장의 신변에 문제가 없었고, 따라서 그 이전과 달라질 것이 없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북한 이슈를 띄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만일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북한과) 전쟁을 치렀을 것”이라며 “바로 지금도 전쟁 중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일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건강하게 돌아온 것이 기쁘다”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이슈가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북미대화 재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내세운 북핵 관련 공약을 보면 트럼프와 상반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불투명해질 경우 미 대선이 북미 간 협상의 촉매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WSJ는 앤드루 여 워싱턴 가톨릭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외교 성과를 내기 위해 손을 내밀 수 있고, 북한에서 미 행정부 정권 교체 이전에 합의 타결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북핵 문제를 바텀업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한 외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외교를 지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하지 않겠다”(No)고 답했다. 북핵 문제를 톱다운이 방식이 아니라 협상가들에게 맡기겠다는 계획을 내비친 것이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인 1일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신문이 2일 1면에 보도했다. 사진은 준공 테이프를 끊고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으로 공개활동 보도는 20일 만이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미 국무부 역시 북한과 비핵화협상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6일 미국의소리 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재등장한 김정은 정권과 추가 협상을 계속 추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북한이 더 밝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북한과 의미 있는 협상을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그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을 둘러싼 위중설과 사망설 등 온갖 억측이 난무하면서 누구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목이 북한에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자칫 대선에 묻힐 뻔했던 북한 이슈가 되살아난 이번 기회를 북한도 활용하려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미 간 비핵화를 두고 입장 차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최근까지도 북한은 미국이 공개적으로 내놓은 방역 협력 제안 등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달 19일 ‘김 위원장으로부터 좋은 편지를 받았다’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북미대화가 급진전되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코로나19 방역 협력이나 통일부가 시동을 건 남북철도협력이 시작될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대북제재 문제가 북미협상에 달려있고, 만약 협상이 시작될 경우를 대비해 북한이 다른 데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활동을 재개하면서 연일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어 남북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낮추고 있다.   

그런 한편, 총선에서 여당이 거둔 압승이 교착 상태에 놓인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분석도 미국에서 제기됐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과 마리 뒤몬드 연구원은 4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에 보고서를 올리고 “남북철도 협력이 남북관계에 새 활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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