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없이 분단현실 외면한 정략적 접근...국민 민생고 해결 우선

   
▲ 성준경 정치평론가
지금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개헌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과로 일단락 될 것 같던 개헌론이 김태호 최고위원의 명분 없는 당직을 건 도발로 다시 점화되었다. 김 대표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거론했었다. 새민련 우윤근 원내대표 등 야당도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정치적 사안마다 평행선을 달리던 여·야가 권력분점 행태의 개헌 앞에서는 찰떡궁합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무엇이 문제인가!

김무성 대표가 언급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써 외교·통일·국방 등의 외치, 국무총리는 행정수반으로서 내치를 담당하는 분권형 권력제도이다.

오스트리아 헌법에 의하면 외치를 담당하는 대통령은 국민직선에 의해 선출되고 임기는 6년이다. 내치를 총괄하는 총리의 임기는 5년으로 하원에서 뽑는다. 총리는 하원의 다수당 당수가 맡고 내각은 야당과의 연정을 통해 구성된다. 오스트리아에서 연립정부가 구성되는 이유는 매 선거마다 각 당이 30% 이상의 득표율을 올리지 못하는데 따른 대표성 문제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총선은 5년마다 실시되고, 연정은 4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의 장점은 권력분점에 의해 all or nothing 즉 권력독식을 위한 사생결단 행태의 소모적 권력투쟁을 막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김무성 대표 등 정치권 일각에서 이원집정 행태의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유를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독점에 따른 폐해에서 찾고 있다. 또한 이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따른 정치권의 사생결단 행태의 권력투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원집정부제와 같은 권력분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의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과 권력구조 및 영토권 등 개별 국가의 존재 가치를 규정하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헌법은 그 나라의 역사와 정치·사회·영토 환경 및 이에 따른 국민성향 등과 연동된 맥락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오스트리아는 영세중립국이자 EU 회원국이다. 이런 내·외부적 환경에 의해 이 나라는 안보위협 등 외부적 긴장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외치를 담당하는 대통령은 허수아비 권력이다. 실제로 행정부의 수반인 총리가 권력의 정점에 서서 내각을 통솔하고 있다. 대통령은 총리가 올린 내각명단에 결제만 할 뿐이다. 즉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은 명목상의 허세권력이고 국회의원들에 의해 옹립된 총리가 실제 권력이다.

우리나라는 전쟁위협 속에 살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환경에 위치해 있다. 휴전선 저 너머에는 공고화된 북한의 3대 세습체제 권력이 북핵과 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로 무장하고 호시탐탐 도발을 노리고 있다. 또한 우리는 한 미.러. 중. 일 등 동북아 4대 강국들과 직면하고 있다.

   
▲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중국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무성 대표가 참석 개헌발언 관련 해명을 하고 있다./뉴시스
한마디로 남북 대치와 동북아 환경 등 외치는 내치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외치와 내치가 구분된 국가지도자를 양분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또한 정파가 다른 대통령과 총리가 공존할 때 지금까지 보여준 여·야의 ‘묻지마 정쟁(廷爭)’ 행태에 견줘 볼 때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되겠는가!

남·북 분단과 동북아 질서라는 특수한 한경 속에 있는 대한민국에서의 오스트리아식 권력분점 차용은 유사시 국가의 존립기반 마저 무너지게 할 수도 있다. 정치권이 우리와 전혀 맞지 않는 이 제도로의 개헌을 고집한다면 그 저의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증폭될 뿐이다.

싸움닭 여·야 정치권의 눈물 나는 ‘개헌우정’, 그 지향점은!
 

국회에는 가입 회원 152명이라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있다. 지난 6일 CBS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개헌 여론조사에서 의원 231명이 찬성의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주구장창 민생은 외면하고 정쟁(政爭)으로 치고받고 싸우던 여·야가 개헌과 관련해서는 눈물 나는 우정을 공유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이유는 자명하다. 지금 정치상황에서 여·야 모두 향후 정치상황에 대해 낙관할 수 없고, 동시에 국회의 권력 강화와 이에 따른 특권적 성찬(盛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현재 지지율이 새민련의 세 배에 가깝지만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새민련 후보가 앞서고 있기 때문에 대선을 장담할 수 없다. 새미련 측에서는 지지율이 바닥인 상태이고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대선 할 것 없이 속절없이 또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에 가까운 절박감 때문일 것이다. 또한 개별 국회의원 관점에서도 지금 누리고 있는 특권에 더해 내각구성 등 여러 면에서 대통령도 부럽지 않은 특수권력층으로 더 도약할 있다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은 지난번 송광호 체포동의안 과정에서 보여준 여·야 정치권의 놀라운 우정을 분노에 찬 시선으로 직시했다. 새민련 김현의원의 갑질에서 또 한번 국회의원들의 존재가치가 봉사에 있음이 아니라 특권 향유에 있음을 절감했다. 국민들은 허구한 날 싸움질에 놀고먹으면서도 특권적 가치 앞에서는 눈물겹게 상생하는 이 나라 국회의원들에 대한 분노로 치를 떨고 있다.

민심의 분노와 질타 대상인 국회와 의원들의 권력분점 개헌의 담합과 연대는 눈물이 날 정도의 우정으로 보인다. 권력분점 개헌을 위해 이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국민을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를 하고자 함이 아닌 ‘권력 짬짜미’일 뿐이다. 한마디로 정치권의 ‘권력분점’ 개헌의지는 제왕적 국회와 의원의 특권, 즉 더 창대한 기득권 확보를 위한 몸부림 그 자체로 보일 뿐이다.

국민들은 개헌이 아니라 민생 해결을 원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현행 대통령 직선제를 담보한 헌법은 국민들이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의 폭압정치에 항거해 이룬 민주화 쟁취의 소산이다. 전두환은 1987년 4.13 호헌조치를 통해 민정당의 영구집권을 위한 체육관 간선 대통령제 고수를 천명했다. 당시 전두환은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등을 통해 퇴임 이후에도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6월 민주화 운동은 박종철 고문치사 등 독재정권의 인권탄압과 맞물린 국민들의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대한 여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개헌론자들은 지금은 1987년 체제를 넘어선 새로운 시대로서 변화된 세상의 틀에 맞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일면 타당한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개헌이 국회 권력의 기반 확충인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행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군부독재와 생존을 걸고 쟁취하고자 했던 대통령 직선제가 지금 도마에 오를 상황적 변화가 없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의 실체의 엄존과 전쟁의 상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권력의 무력화는 볏짚을 들고 불속으로 들어가는 국가적 자해일 뿐이다.

김문수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은 국민들의 개헌여망을 읽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맞는 말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생존의 문제이고 국민들의 최대 화두이다. 개헌은 시대와 국민의 절박한 요청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과는 무관한 정치권의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개헌의지는 왜 그들이 국민적 분노의 정점에 있는가? 에 대한 웅변(雄辯)일 뿐이다.

점증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민생에 대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의 간절히 원하는 것은 민생이다. 여·야 정치권은 대한민국 체제와 맞지 않는 개헌을 통한 권력나누기에만 의기투합할 것이 아니라 민생을 가지고 눈물을 나누는 참된 우정의 담합을 간절히 고대한다. 정치권의 개과천선(改過遷善)을 말함이다. /성준경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