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교수 "정부의 비용을 덜어주고, 공동체 제재력 증가에 초점 둬야"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영리적 이익을 얻은 경우 이익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이나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 국회는 일반 경영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단가 인하'나 '발주 취소' 그리고 '반품' 등 일반 거래에까지 이 법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된 이후 예견된 수순이지만, 기업을 공격하면 인기가 올라가리라는 기대를 가진 정치인들은 실적 쌓기 식으로 앞다퉈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고 기업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이에 자유경제원과 미디어펜은 관련 전문가들을 모시고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현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세미나를 공동개최했다. 아래 글은 패널로 참석한 이정민 단국대 법학과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정의에 관해서

발표문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현황과 징벌적 손해배상의 정의의 문제점에 대해 논리적으로 지적하시고 무비판적인 도입에 대해 비판하고 계십니다. 저 역시도 무비판적인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각 국가가 문화와 관습을 달리하고 있는데, 그러한 제도가 설령 A국가에서 성공했다고 했을지라도 B국가에서는 국민들의 국민성 등이 영향을 미쳐 B국가에서는 실패하는 케이스도 많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무조건적인 비교법은 지양하고 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해서는 교수님과 의견을 조금 달리하고 싶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관한 기존의 논의들이 서로 다른 개념에서 정의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논지를 전개하고 계십니다. 제가 법학과 교수라서 그런지 발표문 정의 1을 보며 아무 거부감이 없습니다. 다만 초과보상이 아니라, 위법행위에 대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과배상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자유경제원과 미디어펜이 공동주최한 <징벌적 손해배상,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발언하고 있는 이정민 단국대 법학과 교수.

“일정한 가해행위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의 단순한 전보를 넘어서는 금전적 불이익을 가해자에게 부담시키는 제도”라고 하는 형법학자인 김성돈 교수님의 정의와 여기에 오신 상법학자인 최준선 교수님의 정의 “가해자가 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피해자가 입은 실손해 이외에 추가적으로 징벌적 의미를 추가하여 배상하는 제도”를 볼 때 조금 달라 보이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의 취지는 실손해 이외에 추가적으로 징벌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법경제학에서는 정의2에 따라 “법원이 실제로 판결하는 배상액은 집행오류 때문에 실제 피해액보다 적기 때문에 집행오류를 바로 잡아 전보적 손해배상을 명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정의가 다른 것이 아니라, 법학과 경제학이 보는 관점의 차이는 아닐지 의문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법학과에서는 모두 전자의 논의를 취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중간법 영역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법의 손해배상과 형법의 형벌적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는 제재입니다. 이는 어떤 의무를 위반한 경우 국가가 부과하는 행정적 제재와 다른 점이 있는데, 이것은 형벌적 성격은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적 제재라는 점입니다.

이에 비해 국가에서 부과하는 제재 중에 부당이득 환수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과징금인데, 중간적 성격을 띠지만, 공적제재라는 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과 다릅니다. 이렇게 징벌적 손해배상은 중간법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중간법이란 민법적 제재(손해배상) 또는 조정법(또는 보험법)적 제재(보험료 할증)보다는 더 강한 징벌적 성격은 갖지만, 형벌보다는 약한 제재수단을 가지고, 민사소송절차나 조정절차보다는 좀 더 권력적인 절차이지만, 형사소송보다는 덜 권력적인 절차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발생한 손해만큼만 전보하는 정의의 원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민법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고, 형법의 면에 가까워진 제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면 때문에 피해자들의 소제기를 유인하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사송이 증가하여, 예를 들면, 하도급법에서는 원사업자의 법위반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한편 개인의 손해가 적지만 위반자의 이익총액이 클 경우(예를 들면 주민등록번호 유출관련)에 집행결핍에 빠지기 쉬운 행정적 제재의 기능을 대신하거나 보완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자유경제원과 미디어펜이 공동주최한 <징벌적 손해배상,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청중 전경.

중간법의 성장은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

발표자께서는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시는데, 저는 중간법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은 정부의 비용을 덜어주고, 공동체 전체의 제재력을 증가시켜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중간법 제재들은 민법원리와 형법원리, 공법적 원리가 함께 적용되어 사안에 적절한 새로운 규범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기본적으로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형법의 보충성을 실현하는 제재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형벌과 같은 예방을 위한 징벌의 기능을 하는 금전적 제재이기 때문에 형벌을 대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자유경제주의 시장의 한계, 예를 들면 양극화 같은 문제에 따라 현대사회에서 당사자 간의 계약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화 되고 있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 하도급법이나 비정규직 차별과 같이 계약에 있어서 힘의 차이가 나는 영역에서 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형법으로 다루게 되면 과잉이 되고, 민사적으로만 하게 되면 과소가 되는 영역을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중간법이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범죄까지 나아가지 않은 임금체불은 개인적 법익에 속하면서 민사불법 수준을 넘는 불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입니다. 한편 범죄화 되지 않은 단체교섭 거부나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도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미디어펜=김규태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