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리스크가 여전히 증권시장 안팎에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출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회사가 초대형IB에 진출할 경우 각 회사의 경영전략은 물론 증권업계의 전체적인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조용해졌던 초대형IB ‘군웅할거’ 구도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만 갖고 있는 초대형IB 타이틀에 도전하는 새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사진=연합뉴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하나금융지주 산하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을 제외한 비(非)은행 계열사 육성을 숙원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 연장선에서 초대형IB 도전은 중요한 분기점이 될 확률이 높다. 이진국 하나금투 사장 역시 취임 이후 줄곧 초대형IB 입성을 목표로 천명해 왔다.

업계 안팎에서는 하나금투가 올해 2분기 내에 금융위원회에 IB 인가를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미 나오고 있다. 하나금투는 지난 1분기 초대형IB 지정 최우선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달성하면서 이와 같은 예측에 더욱 힘을 실었다. 지난 3월 26일 기준으로 하나금투는 499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올 1분기 순이익 약 589억원을 합해 총 4조337억원의 자기자본(연결기준)을 갖췄다.

하나금투는 초대형IB 지정과 동시에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발행어음 사업은 초대형IB 중에서도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에만 허용된 상태다. 이에 하나금투 역시 초대형IB 인가를 받더라도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한편 이번 달 ‘종합금융사’ 라이선스를 떼고 사명을 변경한 메리츠증권 역시 초대형IB의 후보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위기를 맞는 듯도 했지만 올 1분기 투자은행 분야에서 견조한 실적이 확인되면서 마찰음이 어느 정도 잦아든 모습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 금융투자업규정 일부개정규정안 규정변경 예고내용을 발표한 것도 메리츠 측에는 호재로 작용할 듯하다. 금융당국은 작년 12월 비은행권들의 무분별한 부동산PF 확장을 규제하기 위해 ‘부동산PF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방안’을 내놓았고, 이번에 그 세부적인 기준을 보강했다.

내용을 보면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100%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기존 내용에 ‘채무보증 금액의 반영비율을 부동산 종류별로 차등 적용한다’는 세부 내용이 들어갔다. 국내 주거시설 100%, 국내 상업용 50%, 해외 주거용 및 상업용 50%가 반영되며 국내외 사회기반시설(SOC)은 적용되지 않는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작년 말 기준 채무보증잔고가 8조5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200% 수준이었지만 이번에 세분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140%, 그 중에서도 부동산PF만 적용하면 수치는 130% 선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즉, 당초에 우려된 것보다 리스크가 작아진 셈이다.

부동산PF 리스크를 해소시킨 메리츠증권은 대체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IB 부문에 발 빠르게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투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지 몰라도 내년 초 무렵에는 초대형IB에 도전해 볼 수 있으리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이미 4조193억원으로 초대형IB 지정요건은 갖춘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IB 중심의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있었다”면서 “종금 라이선스 만료와 함께 중단된 발행어음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초대형IB 진출은 메리츠에게 반드시 필요한 경영전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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