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원전, 에너지안보 차원 새롭게 부상…한국형 원전 꼭 되살려야
가장 잘 하는 것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에겐 낯설고 두려운 길이다. 특히 기업에겐 운명이 걸린 문제다. 두산중공업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원자력발전을 버리고 풍력과 LNG 가스터빈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으로서는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울며 겨자 먹기다. 1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두산중공업 채권단은 1조2000억 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담은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른 대가다.

두산중공업은 앞서 지원 받기로 한 2조4000억 원을 포함 3조6000억 원을 지원 받는다. 원전을 버리고 풍력과 가스터빈 등 친환경에너지로 돌아선 것은 두산중공업의 의지라고 한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이 두산중공업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도 제대로 굴러 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쉽지 않다는 게 대부분의 전문가들 얘기다. 혈세를 쏟아 붇는다는 것은 두산중공업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해 자립 가능성을 넘어 미래 성장 기업으로 살아남는 것을 전제로 한다.

풍력이나 가스터빈 분야 역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두산중공업이 퍼스트 무버가 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눈에 띤다. 국내 최대 태양광 단지에 사용된 태양전지가 거의가 중국산이다. 풍력 핵심인 터빈 제조 기술은 덴마크·스페인·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블루오션이라기보다는 레드오션에 가깝다.

   
▲ 두산중공업의 원전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원자력산업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공기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선진국이 없다. 그 중추 기능과 함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두산중공업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적 미래 성장 먹거리의 고사위기는 물론 에너지 안보에도 적잖은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코드 경제성 평가'로 멈춰 세운 월성 1호기는 엄정한 감사를 통해 재가동돼야 한다. 정치적 논리에 희생된 신한울 3·4호기의 공사도 재개해야 한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두산중공업의 원전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원자력산업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공기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선진국이 없다. 그 중추 기능과 함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두산중공업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적 미래 성장 먹거리의 고사위기는 물론 에너지 안보에도 적잖은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의지는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초청 청와대 오찬에서 재확인 됐다. 이날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안 하고 원전생태계가 깨지면 수출과 부품수급 등에 지장이 있다"며 "지역의 어려움을 고려해서라도 에너지 전환 정책을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탈원전 정책 재고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에너지 공급이 끄떡없어 전력예비율이 30%를 넘는 상황"이라며 "추가 원전 건설은 불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탈원전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이 명백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원전에 대한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점입가경에 접어들면서 미국은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원전 살리기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의 노력으로 이룩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기술은 국제질서 재편 와중에 전략적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친환경으로 내세운 태양광은 심각한 자연 환경 훼손과 안전성에서 품질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값싼 중국산에 밀려 국내 태양광 산업은 되레 후퇴하고 있다. LNG의 가스터빈도 일본·독일·프랑스·미국·스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고 친환경적이지도 못한 에너지산업 안방을 고스란히 다른 나라에 내어주는 아이러니다.

경제적 측면보다 정치적 논리에 휘둘린 탈원전이 불러 올 미래는 암울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감사 과정의 의혹은 이러한 의구심을 더욱 뒷받침한다. 보고서 의결이 세 차례나 보류되자 최재형 감사원장은 감사팀 교체 등을 통해 철저한 감사를 독촉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 축소·조작 논란이 일었다. 7000억 원을 투입해 2022년 11월까지 수명이 연장됐음에도 2018년 6월 지방선거 직후 소집된 한수원 이사회에서 졸속으로 조기 폐쇄가 결정된 것 등 의혹투성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결기에 그나마 희망을 본다. 

60년을 쌓아온 공든탑을 하루아침에 허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코드 경제성 평가'로 멈춰 세운 월성 1호기는 엄정한 감사를 통해 재가동돼야 한다. 정치적 논리에 희생된 신한울 3·4호기의 공사도 재개해야 한다. 원전 종주국인 영국과 미국이 우리 기술을 탐낸다. 잘못 하다가는 한국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탈원전' 문재인 정부도 그동안 '한국형 원전' 수출 노력을 강조해 왔다. 이제 그 속이 드러났다. 두산중공업을 신재생 전문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원전 수출' 정부 방침과 모순된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 드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은 아직 유효하다. 그리고 '검은 것은 검다'고 말하는 감사원의 결과를 기대해 본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