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청약 대기 수요 증가 전셋값 요동
은행 이자 수익보다 나은 월세 전환 확산
   
▲ 사진은 서울 강남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정부의 잇따른 규제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매매시장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전세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12·16대책과 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 등으로 당분간 전세시장의 불안감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지역의 전세 수급지수는 평균 158.3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1.7)에 비해 46.6포인트나 상승했다. 지난해 3월 107.4로 100을 넘긴 이후, 1년이 넘도록 상승세가 꾸준하다.

전세 수급지수는 전세 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준점인 100을 초과할수록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전세가격이 상승한 데에는 매물 품귀 현상이 부추겼다는 시각이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2% 올랐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47주 연속 상승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8656만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2414만원(5.2%) 뛰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3647만원 오른 셈이다. 전용 84㎡ 아파트를 기준으로 1년 새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강남구로 8171만원(11.6%) 뛰었다. △서초구 4891만원 △송파구 3596만원 △광진구 3206만원 △성동구 3165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기침체에 영향을 줘 세입자들이 매매보다는 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으려는 청약 대기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몫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올 하반기부터는 전세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세대란은 전세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전세 가격이 오르면서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현상을 말한다. 

전세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 대기수요 증가 △3기신도시 로또 대기 수요자 증가 △고강도 대출규제로 내집 마련 어려운 수요자 증가 △월세 세입자 대출 받아서 전세로 환승하려는 수요자 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제도는 보증금을 맡기고 일정 기간 살다가, 나갈 때 다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다. 집주인이 집을 전세로 내놓으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전세금을 은행에 예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자다. 

하지만 최근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면서 집 주인 입장에서는 내놓을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결국 전세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금리와 상관없이 일정하게 들어오는 월세로 전환하게 된다.

전세 대신 월세·반전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주택시장에서 전세 물건이 줄고, 덩달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게 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주택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전월세 신고제'를 비롯해 전세금을 인상률을 최대 5%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추진을 고수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면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려워져 월세로 거주하는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세입자 부담은 커질 것"이라며 "전세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반전세를 택하는 방법도 있지만 공급이 우선이다"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 입주물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입주물량은 2019년 4만3915가구에서 2020년 4만7073가구로 다소 증가했다가 2021년 2만4084가구, 2022년 1만3995가구로 뚝 떨어진다. 2020년도에 서울 아파트가 입주 하려면, 올 10월에는 착공이 들어가야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파트 청약이나 신규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가 꾸준하다"며 "청약을 위해 내 집 마련을 미루거나 아파트 약세 매매장 속에 매수를 관망하겠다는 세입자들로 전·월세 거래는 꾸준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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