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협의회 "서울시는 주민과 불통, 이곳을 주거시설로 취급하지 않는다"
   
▲ 서울 강남 개포동 구룡마을 입구에 공공임대 개발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이다빈 기자]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이날 마을은 서울시의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실시계획' 고시를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마을 어귀에는 ‘분양으로 보상받자’, ‘재산권, 생존권, 주거권을 쟁취하자’ 등의 현수막이 흩날리고 있었다. 

구룡산과 대모산 기슭에 위치한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은 1980년 말 도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모여들며 형성된 무허가 주거지역이다. 총 26만6502㎡ 면적 규모로 강남 개포동에 위치해 있다. 녹지와 가까워 입지가 탁월하다고 평가 받는 만큼 이곳의 개발 계획을 두고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7일 서울시는 이곳에 공공임대주택을 조성하고 원주민들에게는 임대료를 대폭 인하해 100% 재정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조성되는 2838가구 중 1107가구는 기존 주민에 대한 임대주택으로, 1731가구는 일반분양과 공공분양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공공분양의 면적을 줄여 임대주택을 4000가구에 가깝게 공급할 방침이다.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투기 세력을 막고 '로또 분양'을 방지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오는 2022년 개발을 시작해 2025년 하반기까지 사업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 구룡마을 전경./사진=미디어펜


이에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원주민들 25명으로 구성된 구룡마을주민협의회는 지난 2012년부터 서울시에 주장해 온 ‘5년 임대 후 분양’을 고수하고 있다.

주민협의회 한 의원은 “원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인 5년 임대 후 분양을 서울시에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지만 전혀 소통이 안되고 있다”며 1월까지만 해도 서울시 관계자가 협의회의 주장을 고려 하겠다 했지만 결국 새로 고시된 내용에는 개발 면적이 50여평 늘어난 것 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이 임시 주거 시설이기에 토지보상을 받을 근거가 없다는 점을 두고도 원주민들은 울분을 토했다.

이 의원은 "아무리 판자촌이라고 하지만 30년 넘게 원주민들이 생계를 꾸려가고 그 2세들이 출생한 터전"이라며 "토지보상을 받을 수 없는 주택이 아니라는 점은 이곳을 주택이 아닌 창고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룡마을에 거주중인 60대 A씨는 “분양이 아닌 공공임대로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사실을 서울시,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SH) 중 어느 기관 하나 주민에게 알려준 적이 없어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며 "이 동네 내 집에서 세금을 내며 33년을 살았는데 남의 집으로 들어가라니 공공임대 개발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개발 소식이 구체화되자 2-3년부터 이주를 감행하는 주민들도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구룡마을에서 거주하다가 지난해 12월 경기도로 이주했다고 설명한 한 주민은 "임시 이주민에게 제공해주는 임대료 40%를 감면받아 이사를 갔는데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는 개발 사업 추진이 더뎌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 년 전부터 여러 기관에서 원주민을 대상으로 적정 임대료에 대해 여론조사를 해갔고 그 결과 10만원 후반의 임대료로 의견이 맞춰지는 분위기였다"며 "이 수준의 임대료가 여력이 되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이곳에 사는 원주민 중에는 사정이 좋지 않아 이 가격이 부담이 되는 주민들도 많아 재정착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룡마을은 판자촌이 밀집된 만큼 각종 위험에 노출돼 서울시가 2012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사업 방식을 두고 논란이 계획되다가 2014년 8월 도시개발구역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그 해 11월 화재가 일어나며 안전 문제가 대두돼 12월에 서울시가 사업 재추진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2016년 12월 SH가 시행을 담당하는 것으로 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수립을 고시한 바 있다.

   
▲ 구룡마을에 걸린 현수막./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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