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권에 '이슈 메이커'로 떠올랐다. 김 위원장이 연이어 내놓는 정치적 담론이 언론의 집중적 보도는 물론, 여야 유력 인사들의 쟁점 화두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정치권이 '김종인의 개인 정치'에 '갈 지(之)' 자로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보수라는 말이 싫다"며 큰 파장을 일으킨 데 이어 정치권에 던진 기본소득 의제는 여야 대권 잠룡들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재정 확보 가능성 문제를 들어 '검토 필요성'의 여운만 남겨둔 채 기본소득 여론에서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그가 쏘아올린 기본소득 이슈는 범여권에서 재차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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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사진=미래통합당 |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이슈를 잠시 수습하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5일 "증세나 재정건정성 훼손 없이 기본소득 도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해당 논의를 재점화했다. 이에 지난 8일 민주당의 유력 대권잠룡인 이낙연 의원도 해당 논쟁에 뛰어들었다.
아울러 지난 11일에는 야권의 유력 인사도 기본소득 이슈몰이에 가세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11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 기본소득의 '우파 버전'으로 연구되고 있는 '안심소득제'를 제시하며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재명 지사와 뜨거운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여야 정치인들이 갑론을박을 벌이는 상태는 4.15 총선 전부터 일견 예고된 일이기도 하다. 보수 진영 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김 위원장이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되기 전에도 "김종인은 이슈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슈 몰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전일 보육제, 대학교육 과정 개혁, 4차산업 혁명 대응을 위한 데이터청 설치 등 향후 2022 대선 담론으로도 연계될 수 있는 화두를 연일 던지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저출생 문제와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초·중생 대상의 '전일보육제' 도입을 제안했다. 전일보육제는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는 추세에 맞게 오전부터 저녁까지 초·중등생의 교육과 보육을 학교가 책임지고 '종일 돌봄'을 제공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또 김 위원장은 '차명진 옹호 글 게재'를 이유로 지명을 철회하긴 했지만 인공지능(AI) 전문가 이경전 교수를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지목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한 바 있다.
이에 이명수 통합당 4선 의원은 지난 10일 당 비대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제, 전일보육제 이슈를 선점했다"며 "미래 이슈를 선점하신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김 위원장의 '담론 제조' 면모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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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10일 당 중진의원과의 회의를 갖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
아울러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학사 4년, 석사 2년, 박사 4년, 10년 정도 대학 과정의 학문이 과연 쓸모 있냐"며 "대학 교육과정도 새롭게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기본소득, 전일보육제, 4차산업혁명에 이어 대학교육 개혁 문제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언급하는 일부 아젠다는 보수우파 진영에서도 이미 이슈화되고 있어 '새로울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일각에선 기본소득, 전일보육제 등 일부 논의는 김 위원장이 주력하는 '경제민주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돌려쓰기'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이슈 메이킹이라기보다는 좌파 진영의 담론 프레임에 끌려가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는 것이 일각의 우려 섞인 목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영입 전부터도 통합당은 자당의 기존 철학을 버리고 민주당 프레임에 따라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차기 대권도전을 공식화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특강에서 "진보의 아류가 돼선 영원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보수의 이름은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유전자"라고 김 위원장을 겨냥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기본소득에 대해 "본질은 사회주의 배급제도를 실시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당내 중진의원들의 우려와 반발도 만만치 않다. 연일 김 위원장을 비판하고 있는 3선의 장제원 통합당 의원도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제에 이어 전일보육제라는 화두를 던졌다. 꿈의 정책들이다. 듣기만 해도 뿌듯하다"며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물어야 할 것 같다. 말만 던지고 실천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양치기 정당이 되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4선의 홍문표 통합당 의원도 비대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홍 의원은 김 위원장을 향해 "어떤 구상으로 어떻게 앞으로 가야하는지 (당 비대위 체제) 방향을 모르고 있다"고 직언했다.
이어 홍 의원은 민주당이 헌법에서 '자유' 자를 삭제하려는 시도와 토지공개념 조항을 삽입하려는 '사회주의' 경향 행보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기본 뿌리가 흔들리는 문제인데 우리가 과연 여기까지 내다보고 우리 당이 살아야 할 길을 준비하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위원장에게 여쭘고 싶다"고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와 같은 지적들은 김 위원장이 당과 국가의 중장기적 비전보다는 단지 '선언적 의미의 정책'만 던지며 '개인 정치'에 집중해선 안 된다는 견제의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그간 '갈 지(之)' 자 정치 행보를 보여왔다는 비판과 오명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일각에선 현실 정치권이 '김종인의 입'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비판과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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