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법사위=야당 몫'민주당, 이젠 "총선 불복" 표결 강행 압박
통합당 "국토위 산자위 예결위 교육위 등 주도권" 목소리도 나와
"법사위 확보가 관건인데...알짜 상임위원장 몇 개로 야당 존재가치 팔아먹나"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제21대 국회 원 구성을 위한 본회의가 오늘(15일) 오후 2시에 개의될 예정이다. 여야가 여전히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치킨게임에 들어간 가운데 미래통합당은 법사위원장직 고수 의지를 드러낸 반면 당내 일각에선 '실리라도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은 지난 1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사흘의 말미를 얻었으나 추가 협상에서 제자리 걸음만 반복했다. 박 의장은 오늘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재개해 원 구성 마무리를 처리하겠다고 여야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라는 전통과 관례를 깨고 법사위원장직을 반드시 가져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통합당에 '가협상안'을 수용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나아가 협상 거부 시 18개 상임위원장 자리에 대한 본회의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시사했다.

   
▲ 통합당 중진의원들은 지난 12일 법사위원장직 사수를 위해 부의장·상임위원장을 포기하겠다는 파격 선언을 하기도 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측이 제안하는 가협상안은 국회 법사위원장 등 11개 상임위원장직은 민주당 몫으로 하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무위원회, 교육위원회, 문화체육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7개 상임위원장직을 통합당 몫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통합당 측은 법사위원장직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이른바 '가합의안'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통합당 중진의원은 법사위 사수를 위해 부의장·상임위원장직 포기 선언이라는 파격적인 총력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대수석부대표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 같은 경우 '게이트 키퍼' 역할을 반드시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모든 상임위에 5분의 3 이상 의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에 목매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무슨 또 의혹이 있길래, 무엇이 두려워서 법사위 계속 강조하는지"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 측이 주장하는 '가합의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주장일 뿐"이라며 "법사위는 야당이 맡는 게 한 쪽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양 날개로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이고 통합당의 일관된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수석이나 원내대표 회동 계획은) 지금까지 없다"며 민주당을 향해 '협치 정신'으로 되돌아오라고 촉구했다.

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도 기자들을 만나 "주호영 원내대표가 금요일에 '짓밟고 가시라'고 말했다. 그게 우리 입장"이라며 "(본회의 개의 시) 들어가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 3선의 장제원 통합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양보하는 대신 이른바 알짜 상임위원장직을 가져오자며 '실리론'을 본격 주장하고 나섰다./사진=미래통합당
나아가 통합당 초선 의원들은 범여권 초선 의원 53명이 이날 통합당을 향해 "법사위원장을 맡아 정부여당을 견제하겠다는 주장은 21대 국회도 동물국회, 식물국회로 만들겠다는 총선 불복 행위"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통합당 초선 의원 15명은 같은 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사위원장은 국회를 견제하도록 제1야당에 배정해왔다는 걸 강조드린다"며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쪽(여당)에서 가진 것 없는 야당에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맞섰다.

다만 통합당 내 일각에선 법사위원장을 양보하고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3선·부산 사상)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힘을 앞세운 민주당이 이길 것이다. 분하고 억울하지만 분통만 터트리고 있을 수는 없다. 실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며 "법사위를 뺏기더라도 국토교통위원회, 정무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교육위원회 분야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면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 만큼은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전날(13일)에도 페이스북에 "법사위를 포기하고 민주당이 우리당 몫으로 제안한 문체위를 산자위로 바꾸는 선에서 원 구성에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기현 통합당 의원(4선·울산 남을)은 장 의원의 주장에 대해 "법사위원장을 제외한 상임위는 떡고물에 불과하다"며 '법사위원장 사수론'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몇 개 떡고물 같은 상임위원장을 대가로 야당의 존재가치를 팔아먹어서는 안 된다"며 "통합당이 법사위를 지키자고 하는 것은 알짜 상임위 몇 개 더 가져와 실속을 챙겨보자는 전술적 차원의 주장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통합당 초선 의원들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회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민주당이 야당 시절 '법사위원장=야당 몫'이라고 주장했던 기자회견 장면들을 모은 피켓을 들고 민주당을 향해 협치 정신을 촉구했다./사진=연합뉴스
조해진 통합당 의원(3선·경남 밀양)도 15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른바 인기 상임위원장직 확보라는 게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일축했다.

조 의원은 "통합당 103명 의원의 최대 고민은 국회 4년 임기 동안 야당으로서의 역할, 정부여당의 예상되는 실정과 파행들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지 활동 공간 확보에 초점이 있다"며 "그 중에서도 법사위 확보가 관건이고 이걸 사수하지 못하면 야당으로서의 기능은 없어진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초선 의원들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민주당 의원들이 야당 시절 "견제와 균형이라는 국회 역할 위해 법사위원장은 야당의 것이 맞다"고 주장한 기자회견 장면들을 모은 피켓을 들고 법사위원장 사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