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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C현대산업개발의 상반기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이 사실상 엎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상반기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이 사실상 엎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딜 클로징 시점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 현산과 아시아나 채권단 간 재협상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이달 27일까지 거래를 마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해외 기업결합 승인 심사 등 다양한 선결 조건에 따라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도록 명시했는데, 최장 연장 시한은 올해 12월 27일이다. 일단 해외 기업결합 승인 대상 6개국 중 러시아의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해외 기업결합 승인 심사가 끝나지 않았고, 현산과 채권단 간 재협상도 시작되는 기미 조차 안 보여 자연스레 인수 종료 시점이 연기되는 형국이다. 시장은 현산의 입장에 주목하고 있다. 채권단의 대면 협상 요구가 나온 지 일주일이 넘도록 현산 측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서면 협의를 언급했는데 60년대 연애도 아니고 무슨 편지를 하느냐"며 대면 협상에 응할 것을 현산에 촉구했다. 앞서 현산 측이 지난 9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고 한 것을 저격하는 지점이다.
현산은 "협상 과정의 근거를 남기려면 서면 작성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이었다"며 대면 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채권단 관계자는 "재협상 요구에 현산 측에서 아직 답변하지 않았다"며 "현산과 금호산업 등 협상 주체들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인수 종료 시점이 뒤로 밀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산은 지금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채권단과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데, 재협상도 않고 인수를 포기할 경우 인수 무산의 책임이 고스란히 현산 쪽에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예상되는 2500억원의 계약금 소송에서 현산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현산의 침묵을 재협상에서 다툴 세부 조건을 다듬는 '정중동'의 행보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이 절대적이다. 실제 재협상에 돌입할 경우 세부 조건을 두고 채권단-현산 간 팽팽한 기 싸움이 예상된다.
금호산업에 줘야 할 구주 가격과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5000억원 수준의 출자 전환, 아시아나항공 대출 상환 문제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현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인수 대금을 낮춰야 한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채권단의 고민 포인트다.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인수가를 낮추는 것은 자칫 특혜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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