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불기소와 수사 중단을 권고하자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가 ‘권고안에 따라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도출된 수사심의위의 권고가 존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자신들의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며 시스템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일부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검찰의 신뢰 하락은 물론, 불신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한다’는 취지를 내걸고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의 하나로 2018년 도입한 제도다.
수사심의위는 수사 과정에서 우려되는 수사팀의 ‘확증 편향’ 가능성을 차단하고, 기소와 영장청구 등의 판단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각계 전문가들 가운데 최대 250명의 위원을 위촉하고, 개별 사안을 논의하는 현안위원(15명)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하고 있다.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경우에 대비해 회피·기피 규정도 만들어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을 갖추고 있다.
검찰은 과거 8번의 수사심의위 권고안을 한 차례도 거스른 적이 없다. 이 사실만 봐도 제도의 신뢰성은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는 평가나 나온다.
법조계는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이 부회장 케이스 대해 수사심의위 권고를 존중하고 수용할 경우 검찰은 ‘국민신뢰 제고’라는 제도의 취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제도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이번에도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 관련 사안이 복잡하고 방대해 일반인들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사심의위 제도를 부정하고 위원들의 역량을 낮춰 본데서 나온 편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심의위원의 조건은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로 규정돼 있다. 이들에 대한 위촉도 검찰총장이 직접한다.
이 부회장 사안을 심의한 현안위원의 경우 변호사 4명을 비롯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회계 전문가, 중견 언론인, 종교인 등 명망과 식견을 갖춘 인사들이 포함됐다. 각자 전문성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할 충분한 자격과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일각에서는 수사심의위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돈과 권력이 많은’이 부회장 관련 사건은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제11조)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돈과 권력이 어느 정도 있으면 수사심의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느냐”며 “차라리 ‘삼성만 빼자’라고 주장하는 게 더 솔직할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3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수사심의위는 미국의 대배심,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유사한 제도다. 모두 민주적 통제를 통해 검찰의 권한을 견제하자는 취지가 공통분모다.
미국 대배심과 일본 검찰 심사회는 일반 시민이 참여하기 때문에 수사심의위보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노무현 정부 등에서 ‘검찰을 견제할 시민기구 도입’방안이 검토될 때마다 대표적인 해외 모범사례로 지목돼 왔다.
한편에서는 이번 수사심의위 권고를 두고 ‘여론 재판’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배심과 같은 ‘검찰 견제 기구’의 취지를 살펴보면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이들의 주장은 수사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위원들이 하루만에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게 적절치 않고, 여론 동향과 심리적 요인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이런 식의 주장이라면 모든 사건은 검찰이 꾸리는 전문 수사팀에 의해서만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