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 3년 만에 고지서가 날아들고 있다. 한국전력은 눈덩이 적자로 2년째 법인세조차 내지 못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탈원전 직격탄을 맞은 전기사업자에 대한 비용보전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처지로까지 내몰렸다.
올해 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되자 정부는 원전을 풀가동해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탈원전 정책을 외치며 고집으로 일관한 정부의 아이러니다. 빗나간 정책이 불러온 참사를 결국 국민 돈으로 막아야 하지만 정책재고나 사과 한마디 없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당기순손실로 인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했다. 한전은 결정세액 기준 해마다 1조원 안팎의 법인세를 내왔다.
2015년 한전이 낸 법인세는 1조1500억 원에 달했다. 같은 해 공공기관 전체 법인세수 4조1306억 원 중 4분의1 이상을 한전이 부담할 정도였다. ‘큰손’이었던 한전의 법인세는 2017년 3618억 원으로 쪼그라들었고 2018년부터는 아예 끊겼다.
문재인 정부 첫 해인 지난 2017년 한전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9% 급감한 4조9532억 원을 기록했다. 탈원전이 본격화된 2018년은 208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6년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는 1조2765억 원의 적자를 냈다. 값싼 원전 대신 상대적으로 발전 단가가 비싼 태양광, 풍력 등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적자폭도 크게 늘어났다.
2022년까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자신했던 정부가 결국 손을 들었다.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손실을 세금인 전기료로 메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관보 게재를 통해 입법 예고했다.
|
|
|
▲ 탈원전 정책 3년 만에 고지서가 날아들고 있다. 한국전력은 눈덩이 적자로 2년째 법인세조차 내지 못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탈원전 직격탄을 맞은 전기사업자에 대한 비용보전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처지로까지 내몰렸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
내용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등 에너지 전환에 따른 한국수력원자력 비용 보전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탈원전 손실 보전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동원키로 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 국민의 매달 전기료에서 3.7%씩 떼어 조성한 돈이다. 결국 정부가 탈원전 비용을 국민에게 떠넘긴 셈이다.
원전 폐쇄를 하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지게 될 비용을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기금으로 막겠단 얘기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2000년대 초 한전 민영화에 맞춰 쓸 목적으로 조성됐다. 한전 민영화는 없던 일이 되면서 기금은 그대로 남았다. 현재 규모는 4조9696억 원(올해 계획 기준)에 이른다.
7000억 원을 들여 보수한 월성 1호기는 가동을 멈췄다.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로 인한 손실 규모는 수조원대다. 연관 산업 피해까지 감안하면 수십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일단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정급한 불을 끌 속셈이다. 연쇄적 파급을 불러올 천문학적 피해를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태다.
올 여름 역대급 폭염예고에도 탈원전 후폭풍이 불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우리나라 전력량의 약 29%는 원전이 담당하고 있다. 정부는 전력 피크 기간 가동원전 24기 가운데, 7~9월 정비 등으로 멈추는 7대(한빛 2~5호기, 월성 4호, 한울 1·6호기)를 제외한 평균 18기(1783만kW)를 모두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력난을 대비해 원전을 풀가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탈원전 정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탈원전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은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다. 지난 2월과 5월 명예퇴직을 통해 9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5월 21일부터는 유휴인력 350여 명에 대해 연말까지 휴업을 시행 중이다.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은 최대 피해자다. 정부는 2018년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백지화했고 이로 인해 두산중공업의 수익성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2.5% 줄어든 877억원에 당기 순손실은 4952억원에 달했다. 원전 백지화에 따른 매몰비용만 1조원대를 훌쩍 넘는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올해 정부에 손을 벌렸고,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3조6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동안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거란 약속은 3년 만에 뒤집어졌다. 국민 세금인 전력산업기반기금을 눈 먼 돈 인양 갖다 쓰려고 한다. 한마디 해명도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30년 전력요금이 2017년 대비 25.8% 오르고, 2040년에는 33.0%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초우량공기업이 적자의 늪에 빠지고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른 손해를 기금으로 메우려 한다. 원전 기업이었던 두산중공업은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신세가 됐다. 역대급 폭염에 탈원전을 외치는 정부가 원전을 풀가동하겠다고 한다. 이게 탈원전 정책의 민낯이다. 고달픈 건 역시 국민이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