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중앙지검장 vs 윤석열 총장, 정적 겨냥하기…검찰 불신 극에 달해
   
▲ 김규태 기자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간에 오간 대화 녹취록 전문의 공개로 '검언 유착' 의혹이 문재인 정부의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산으로 가고 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가 녹취록 전문이 맞는 것으로 인정하면서, '친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필두로 한 수사팀과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 간의 서로 다른 해석과 대립만 부각되는 구도다.

'검언 유착' 의혹을 둘러싸고 펼쳐진 일련의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도출된다. 바로 정적을 겨냥한 먼지털기식 수사와 이로 인한 검찰 불신이다.

당초 수사팀이 겨냥한건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이었지만 정작 구속된 사람은 이 전 기자였다.

공중파 방송사가 녹취록과 관련해 오보를 낸 것도 구속된 피의자를 향해서가 아니라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었다.

녹취록 전문에 따르면 한 검사장이 선을 넘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상식적인 코멘트였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해석을 남발했던 기존 검찰 수사방식을 떠올리면 수긍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미소를 짓고 국회에서 취재진 보란듯이 윤 총장 장모와 아내에 대한 자료를 읽은 것도 정적을 겨냥한 상징적인 모습이다.

검찰 내 불신이 커지면서 조만간 단행될 인사 또한 여러가지 전망을 낳고 있다. 장관 자리에 앉자마자 인사를 단행해 정권 관련 수사를 벌이던 수사팀 검사 전부를 좌천시킨 추 장관이 오는 7월 정기인사에서 어떻게 칼을 휘두를지 관심이 쏠린다.

문 정부 들어 도입한 검찰수사심의위도 마찬가지다.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달라는 피의자측의 수많은 요청이 검찰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드러낸다.

원래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수사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일반인이 제기해왔다. 이번처럼 현직 고위 간부(한 검사장)가 소집을 요청한 것도 처음이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 = 청와대, 연합뉴스
추 장관의 비호 아래 서울중앙지검은 윤 총장 최측근인 한 검사장을 믿지 못해 관련 수사에 몰입했고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을 믿을 수 없다며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직무 독립성을 부여해달라며 총장을 들이받았고 추 장관은 이를 뒷받침하고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당초 현 정권이 검찰개혁을 내세운 명분은 정적을 겨냥한 마구잡이식 특수수사를 더 이상 하지 않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어떻게든 상대방을 기소하기 위해서는 녹취록에 대한 부분적인 해석은 물론이고 일단 관계자를 구속부터 해서 더 파고들자는 온갖 방식이 난무하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 결론도 마찬가지다. 외부전문가 13명 중 10명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냈지만, 1년 7개월간 사건을 붙들어온 수사팀은 기소를 강행할 태세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를 벗어나 언제쯤 독립된 형사사법기관으로 국민들에게 인정받을지 의문이다. 검찰이 정권의 정적 제거나 권력 유지에 쓰이지 않고, 라임 사태나 신라젠처럼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 국민이 발생하는 사건에 집중해서 범인 처벌에 성공하는 사례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