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용 행위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지난해 검찰에도 고발
   
▲ 현대중공업 도크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현대중공업이 20여년간 함께 해온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강제로 빼앗은 뒤 거래를 끊는 '갑질'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기술유용 관련 역대 최고액 과징금을 물고, 검찰에도 고발됐다.

공정위는 26일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탈취해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9억 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0월 검찰의 요청에 따라, 현대중공업 법인과 임직원 고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 디젤엔진을 개발한 뒤 하도급업체 A사와 협력해 엔진에 사용할 피스톤을 국산화했는데, 세계 3대 피스톤 제조사로 꼽힐 정도로 기술력이 있는 A사는 해당 피스톤 국산화에 성공한 뒤, 현대중공업에 이를 단독 공급해왔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2014년 A사 몰래 B사에 피스톤 공급을 위한 제작을 의뢰했다.

하지만 B사의 피스톤 제작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현대중공업은 A사에 '제품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작업표준서, 공정순서와 공정관리 방안 등 기술자료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법정 서면도 교부하지 않았다.

A사는 자료를 주지 않을 경우 피스톤 양산 승인을 취소하거나 발주 물량을 통제할 것이라는 현대중공업의 압박에 결국 기술자료를 제공했고, 현대중공업은 A사 기술자료를 B사에 제공해 2016년 피스톤 생산 이원화를 완료한 이후, A사에 피스톤 단가를 인하하라는 압력을 가했다. 

이에 단가는 3개월간 11% 인하됐고, A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7%, 579% 급감했는데도, 현대중공업은 1년 뒤인 2017년 A사와의 거래를 일방적으로 끊고 B사로 거래처를 변경했다.

이런 갑질로 막대한 피해를 본 A사는 결국 이 사건을 경찰과 공정위에 신고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을 공정위에 요청했고, 공정위 고발이 이뤄진 뒤 검찰은 일부 불기소, 일부 약식기소했으나 현대중공업이 불복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검찰 고발 후에도 조사를 이어가, 이번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제재를 취했다.

공정위가 현대중공업에 부과한 과징금 9억 7000만원은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과징금 중 역대 최고액이며, 지난 2018년 고시 개정으로 과징금 상한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오른 뒤 처음으로, 1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 부과 조치가 나왔다.

문종숙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장은 "피스톤 세계 3대 메이커인 '강소기업' A사마저도 대기업의 양산 승인 취소 등의 '겁박'에 기술자료를 내 줄 수밖에 없었다"며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우리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도록,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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