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시간 끌며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 해제한 제주항공과 똑 닮아
계약 해제 전 명분쌓기라는 지적 나와…재실사 기간 출구전략 고심가능성도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격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노 딜(No deal)’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계약 해제 전 명분 쌓기를 하는 게 아니냐’며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매각 무산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항공 재실사를 요구하며 사실상 인수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각 사 제공


27일 항공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전날인 26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4일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회신했다”고 밝혔다. 

HDC현산은 이번 공문을 통해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밝히면서 다음 달 중순부터 약 12주 동안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에 대한 재실사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HDC현산은 재실사를 통해 △인수계약의 기준이 되는 지난해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이 급증한 점 △당기손순실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 △올해 들어 큰 규모의 추가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이 매수인의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점 △부실 계열회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금호티앤아이의 전환사채 상환과 관련해 계열사에 부담이 전가된 점 등을 면밀히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이번 현산의 재실사 요구는 앞서 금호산업이 지난 14일 ‘계약서상 주요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으니 계약을 종결하자’고 요구한 것에 따른 답변이다.

업계에서는 HDC현산의 이 같은 요구가 사실상 인수 무산을 염두에 두고 시간을 버는 한편 법적 책임을 대비한 ‘명분 쌓기’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별도의 재협상 없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인수 무산의 책임을 고스란히 HDC현산 쪽에서 짊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금호산업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계약은 깨지게 된다. 계약금 2500억원을 두고 법적 공방도 뒤따를 전망이다. 금호산업의 경우 아시아나 매각 대금으로 그룹 재건을 하려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금호산업이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일지라도 어려움은 따른다. 12주간의 재실사를 할 경우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그룹은 11월까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전전긍긍해야 한다. 

그렇다고 새 주인을 찾는 일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협상 당시 대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매물을 내놓은 만큼 더 좋은 결과를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가격을 낮추는 등의 강도 높은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칼자루를 쥔 것은 HDC현산이다. 재실사 이후 가격 협상을 통해 인수할지 포기할지 결정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현산의 재실사 요구가 사실상 계약 해제를 위한 시간벌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M&A 업계 한 관계자는 “HDC현산의 태도는 제주항공이 차일피일 이스타항공 인수를 미뤄오며 법적 다툼을 대비한 명분을 세우고, 계약 해제를 통보한 상황과 상당히 닮아 있다”면서 “재실사에 돌입한다고 해도 12주 간의 시간 동안 계약 해제를 위한 출구전략을 고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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