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개혁, 영화 '1987' 연상시키는 무소불위 경찰
모든 범죄 수사시작·종결권 가졌지만 견제장치 없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30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폭 줄이면서 경찰에게 국내정보 독점과 사법통제를 받지 않는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자, 법조계와 시민단체 일각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혁안에 따르면 경찰은 기존 정보경찰 조직은 물론이고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아 수사와 정보를 결합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수사가 가능해진다.

특히 부패·경제 등 6대 범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의 수사 시작과 종결권을 가져, 경찰의 전횡에 대한 견제장치가 전무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이뿐 아니다. 586운동권으로 구성된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자신들이 과거 그렇게 핍박 받던 5공화국 군사정권을 연상시키는 최고의 권력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까지 나온다.

대공수사 문제도 있다. 정부가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기로 하면서, 직파 간첩보다 제3국 유입이 많은 최근 대공사건 경향을 고려하면 해외정보망이 없는 경찰이 이에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 당정청은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후속 조치도 추진하기로 했다./사진=연합뉴스
참여연대는 30일 성명서에서 이와 관련해 "정보경찰의 폐지, 수사전담기관의 독립성과 같은 경찰 개혁의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31일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 수사권을 거의 전면 봉쇄하고 국정원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은 검찰은 검찰 지휘를 받지 않는 독자적 수사권으로 해방 이후 최고의 권력기반을 갖게 되었다"며 "이승만 자유당 시절보다 더 강력한 권력이고 유신과 5공 군사정권을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문재인 정권은 중국식 공안통치를 목표로 검찰과 국정원을 무력화한 후 경찰에 권력을 몰아주고 대신 경찰의 무한충성을 바탕으로 권력구조 틀에 대못을 박은 것"이라며 "검찰은 검찰청법 규정에 의해 제한없는 수사가 가능했으나 상위법을 무시하고 하위 시행령으로 직접 수사범위를 축소해 사실상 '식물 검찰'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의 권력비대화는 공포스러운 수준"이라며 "5공 군사정권 시절 경찰국가의 폐해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경험한 문재인 세력이 5공 보다 더한 경찰권력을 기반으로 한 독재체제를 구축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대 출신 한 현직 간부는 31일 본지의 취재에 "경찰청 정보국을 중심으로 전국 경찰의 방대한 정보가 수집되면, 솔직히 말해 이를 토대로 독자적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어떠한 수사라도 할 수 있다"며 "반대로 경찰 일부가 고의적으로 덮으려 할 경우 검찰이 이를 수사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그는 "수사과장이 세세한 부분을 다 챙기지 못하게 되어 경위급 실무자들이 모든 수사를 진행하고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경찰로선 복잡한 법리 다툼에 취약하고 이번에 출범하는 자치경찰이 국가경찰의 보조 역할에 머물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 또한 이날 본지 취재에 "대공수사에서 업무기밀, 보안성이 생명이지만 외부 접촉 빈도가 큰 경찰이 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내 모든 정보를 이용해서 수사할 경찰의 역할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의 수사권 독점으로 검찰이 이를 감시통제할 수 없게 됐다"며 "정보와 수사를 장악한 14만 경찰이 자신들의 부패범죄도 눈감아 버리면 아무 것도 수사할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해도 마찬가지"라며 "정보경찰과 국수본의 인사권자인 경찰청장, 청장 인사권을 쥔 대통령 외에 경찰 조직을 통제,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치개입과 민간사찰로 논란이 된 정보경찰의 광범위한 활동에 대해 어떠한 견제 방안도 없다는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정보경찰 문제와 관련해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보경찰 개혁이 안 되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정보경찰의 달콤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슈퍼 여당의 국회 독주로 당정청 합의는 사실상 그대로 현실화된다. 수사와 정보 모두를 손에 쥔 공룡경찰의 끝이 독재로 가는 폭주의 길이 될지, 절제된 수사권 행사를 통해 국민 안전에 기여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