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취임 7개월 만에 두번째 인사를 단행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칼날이 매섭다.
추미애 장관은 7일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을 보좌해온 대검찰청 주요 보직부장 중 이정수 기획조정부장을 제외한 검사장급 이상 부장 모두를 날려버리는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는 '이성윤 라인' 대거 승진과 '윤석열 라인' 등 특수통의 유임으로 요약된다. 또한 이번 인사에서 일부 수사지휘 라인도 자리를 옮겨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사건 마무리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으로 추 장관은 이날 자신의 참모로 일했던 조남관(24기) 법무부 검찰국장을 고검장으로 승진시켜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리한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임명했다. 대검 차장검사는 검찰총장에 이은 두번째 자리다.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후임 검찰국장에 임명됐다. 심 부장은 앞서 조국 법무부장관 사건에서 직권남용 혐의 적용을 반대했던 인사다. 이번에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검찰국장으로 영전했다. 법조계 일각은 '기획통'이 맡는 요직인 검찰국장에 '강력통' 심 부장이 임명된 것을 '파격'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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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
관심을 가장 모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동문' 이성윤(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되면서 중앙지검이 진행해온 주요 수사 일체의 후속 처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했다.
'삼성승계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신성식(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또한 윤 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했던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수사지휘 라인인 이정현(27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맡았다. 공공수사부장은 선거 및 공안 사건을 책임지는 자리다.
법조계는 검찰 내 최고 요직, 이른바 '빅4' 서울중앙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대검찰청 반부패부장·공공수사부장 모두 추미애-이성윤 라인이 장악했다고 보았다.
특히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추 장관이 이 지검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 부패범죄를 지휘하는 반부패강력부장에 중앙지검 신 차장검사를 승진-인사조치한 것이 같은 맥락이다.
이뿐 아니다. 추 장관과 한양대 법학과 동문인 고경순(28기) 서울 서부지검 차장은 여성으로 역대 4번째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검 공판송무부장에 임명됐다.
조국 전 장관 당시 법무부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부단장을 맡았던 이종근(28기) 서울남부지검 1차장은 대검 형사부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부패범죄 수사에 정통한 '특수통' 인사는 이번 인사에서 중앙 무대에서 밀려났다. 금융수사전문가인 조재연 수원지검장은 대구지검장으로 인사조치됐고, 여환섭 대구지검장은 광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 총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강남일 대전고검장 또한 유임됐다.
최근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충돌 과정에서 윤 총장측에 섰던 기존 대검 보직부장(검사장)들은 이번 인사에서 지방으로 발령났다.
대검 김관정 형사부장은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으로, 이주형 과학수사부장은 의정부지검으로, 이수권 인권부장은 울산지검으로, 배용원 공공수사부장은 전주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성윤 지검장을 공개 비판했던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이번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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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검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일선 지방검찰청으로서 청와대 선거개입 및 검언유착, 삼성 승계 등 주요 사건을 도맡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번 인사로 윤 총장이 더 고립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는 가운데, 법조계는 '청와대 선거개입' 및 '삼성 이재용 승계' 등 주요 사건을 검찰이 어떻게 처리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사건 처리 핵심부서는 서울중앙지검 제 1~3차장검사다. 이번 인사로 1차장검사, 3차장검사가 공석이 된 가운데 1~2주 내로 이어질 후속 차장·부장검사 인사에서 추 장관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3차장검사는 휘하 경제범죄형사부가 이재용 부회장 사건을 맡고 있고, 휘하 반부패수사2부가 조 전 장관의 가족비리 의혹을 담당하고 있다.
2차장검사는 청와대 선거개입 등 선거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공공수사 1~2부를 거느리고 있다.
지방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현직검사는 7일 본지의 취재에 "차기 검찰총장 임기는 21년 7월부터 2년간으로 이번 인사는 윤 총장 퇴임 후 총장 후보군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그와 동시에 정권과 코드가 잘 맞는 인사를 위주로 검사장 자리를 쇄신해 정권 후반기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 사건보다도 위에서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청와대의 선거개입 수사와 검언유착, 옵티머스펀드 사기사건 등 정관계에 부담되는 사안"이라며 "이를 도맡아 다루는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후속 인사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건 공소유지를 비롯해 기소 여부를 어떻게 할지 수시팀을 다독이고 결론내는 것은 수사지휘라인-인사권자의 몫"이라며 "이번 인사로 윤 총장은 완전히 고립되어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장검사 출신 한 법조인 또한 이날 본지 취재에 "추미애-이성윤 라인의 완승"이라며 "권력기관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잣대로 인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부회장 기소 여부는 추미애-이성윤 라인의 의중대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며 "사건을 직접 맡아 수사해온 이복현 부장검사(경제범죄형사부)를 후속 인사에서 어떻게 할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