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선임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 재점화
[미디어펜=백지현 기자]KB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노동조합이 윤종규 회장의 3연임 도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12일 노조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임 반대투쟁을 본격화한 것이다. 

노조는 또 회장 선임 절차를 문제 삼으며 회추위 측에 후보자군, 롱리스트 10명의 본인 참여 의사를 확인하고 진행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가 투쟁근거로 들고 있는 설문조사 결과는 그룹 전체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회장추천 절차의 경우에도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회장 선임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 KB금융그룹 본사 전경./사진=KB금융


24일 KB금융에 따르면 회추위는 오는 11월 20일 윤 회장의 임기가 만료된데 따른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돌입했다. 윤 회장은 지난 2017년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3연임에 도전한다. 금융권 안팎에선 윤 회장이 임기 동안 그룹의 수익성 개선과 함께 지배구조 안정화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고 평가하며, 3연임을 유력시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윤 회장의 3연임 도전을 두고 또다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 2017년도에도 윤 회장 연임 문제를 두고서도 사측과 충돌한 바 있다. 노조가 윤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하는 근거는 지난 12일 진행된 노조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조합원 1만7231명 중 7880명이 참여, 설문참여자 중 79.5%인 6264명이 ‘윤 회장의 3연임’에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는 ‘단기성과 위주로 업무강도가 심화됐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직원 존중 및 직원 보상 관련 의식 부족’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 등이 뒤를 이었다.

노조는 “단기성과만 내세우는 노동조건 악화 등을 이유로 직원 10명 중 8명이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다”며 “윤 회장이 최고경영자로 군림했던 6년은 각종 의혹과 잡음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회장추천 절차와 관련해서도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선임절차를 즉각 시정할 것을 사측에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그룹 전체 직원의 의견으로 볼 수 없으며, 선임절차도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측 관계자는 “전체 그룹 직원수는 약 2만6000명인데 이중 설문에 참여한 인원은 30%(7880명)정도로 참여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마치 그룹 전체 의견인 것 마냥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서도 독립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노조가 요구하는 롱리스크 공개에 대해서는 “롱리스크 포함 여부는 본인도 알 수 없다”면서 “확인 과정 중 명단에 공개되면 차후 회장 최종 후보자군, 숏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을 때 명예 훼손 등이 우려된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의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노조의 ‘반대를 위반 반대’에 국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금은 ‘몽니’를 부릴 때가 아니라 노사간 뜻을 모아 현재의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