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피하려던 물물교역, 제재에 첫 추진부터 발목 잡혀
이 장관 “제재 대상 알았다”지만 통합당 “조급증” 지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이후 추진해온 이른바 ‘작은 교역’인 남북 간 물물교역이 시작도 하기 전 대북제재로 인해 발목을 잡혔다. 남측 민간단체인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이 물물교환 계약을 체결한 북측의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으로 확인된 것. 더구나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산하기관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남북의 이 두 기관은 북한의 인삼술, 들쭉술 등을 남한의 설탕과 맞바꾸는 계약을 체결했고, 통일부는 해당 물품 반출입 승인을 검토해왔다. 이 장관이 작은 교역이라고 이름 붙인 남북 간 물물교역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을 피하기 위한 구상이었지만 첫 사업 추진부터 제재에 막혀버린 형국이 됐다.

지난 20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기관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이후 24일 통일부 정보위 업무보고가 끝난 뒤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의 남북 물물교환 사업에 대해 “통일부가 국가정보원에 대상 기업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해당 사업은 완전히 철회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같은 날 공지를 내고 “철회라는 발언을 한 적 없다”면서 “물물교환 사업은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반박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통일부는 이날 “아직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고, 검토 중인 사안에 대해 철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통일부 관계자가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의 물물교환 사업만 백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북한 노동신문은 24일 황해남도 과일군에서 수확한 배가 22일과 23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배는 평양시 제2인민병원, 제3인민병원, 평양시구급병원을 비롯한 시안의 병원과 상업봉사단위를 통해 시민에 공급됐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주목받던 작은 교역이 예상치 못하게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통일부는 철회나 백지화 등 용어 사용에 민감한 태도를 보이면서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다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철회’나 ‘백지화’라는 용어 모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작은 교역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나’는 기자 질문에 “제재 위반 여부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원천적으로 되돌리거나 철회, 백지화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인영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대북제재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주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의 물물교역) 승인을 신청한 지가 좀 됐는데, 승인하지 않았으면 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장관은 이어 “(물물교환과 관련해 북한의) 술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를 검토하고 있고, 유관기관들간 정보를 공유하며 검토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는 없으셔도 된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이날 앞서 국정원이 정보위원회에서 먼저 이야기 했을 뿐이고, 당연히 이 문제(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대북제재 대상) 인지하고 있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금까지 통일부가 (물품 반출·입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제재 위반 여부 등을 충실히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며 “작은 교역을 비롯해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남북 대화 복원 및 인도적 교류협력 추진을 우선 과제로 꼽아온 이 장관의 작은 교역은 남북 간 어떤 교류협력이든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어왔다. 특히 물물교역에 대해 북측이 호응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자랑으로 내세우는 술과 남측의 설탕을 바꾸는 상호 호혜적인 교역이 성사될 순간이었다. 

하지만 안보리 제재 대상인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국정원과 통일부 간 소통 부재를 문제로 삼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 당국이야말로 제재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통합당은 최근 김 위원장이 ‘수해와 관련해 어떠한 외부지원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이 장관의 조급증이 불러온 참사다. 남북관계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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