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 인수 조건으로 기내식 사업권 30년 주겠다"…일괄거래 진행
"금호고속 지원에 계열사·영세 협력업체 동원해"
금호고속·총수일가, '꼼수 지원'으로 사익 편취 지적
   
▲ 공정거래위원회·금호아시아나 로고./사진=공정거래위원회·금호아시아나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등 주력 계열사들을 통해 총수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금호홀딩스)에 부당지원을 한 것이 드러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고강도 제재에 나섰다.

공정위는 27일 금호아시아나그룹 부당 내부거래와 관련,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20억원을 부과했다. 또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당시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아시아나항공은 외국 회사에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넘기는 대신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해당 업체가 인수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호산업 등 9개 계열사는 금호고속에 저리로 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기내식 30년 사업권 준다, BW 인수해달라"…일괄거래 진행

공정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은 2015년부터 해외 투자자문 업체를 통해 금호고속 투자를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사업권을 이관하는 방식의 '일괄 거래'를 여러 업체에 제안했다. 이후 스위스 게이트그룹이 이를 수락함에 따라 거래는 급물살을 탔다는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12월 30년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게이트그룹에 넘기고 게이트그룹은 2017년 3∼4월 만기 1·2·20년의 금호고속 1600억원 BW를 무이자로 인수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게이트그룹은 기내식 사업권·BW 인수의 일괄거래를 협상하며 배임 등 법적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때문에 본계약에서는 이를 빼고 부속계약 형태로 'BW 계약의 불성립·해지시 기내식 계약도 해지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BW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함으로써 이익을 편취할 수 있는 경우에는 무이자로 발행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건에서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 무이자 발행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봤다"고 언급했다.

정상금리는 3.77∼3.82%에 달하는데 현저히 무이자 BW 인수로 금호고속은 162억원 상당의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벌어진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 역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금 조달 차원에서 기내식 업체를 무리하게 바꾸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했던 루프트한자항공 자회사 LSG스카이셰프코리아(LSGK)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금호홀딩스 BW 인수 요구를 받았다"며 "이를 거절하자 게이트그룹에 기내식 사업권이 넘어갔다"며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 금호고속 로고./사진=금호고속


◇금호고속 저리 자금 대여, 계열사·영세 협력업체 동원

2016년 8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권·BW 인수를 맞교환하는 일괄거래가 지연됨에 따라 금호고속 자금 사정이 어려워졌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9개 계열사가 금호고속에 저리에 자금을 빌려주게 했다.

전략경영실 지시로 △금호산업 △아시아나에어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에어부산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세이버 △금호리조트 △에어서울 등 9개 계열사는 45회에 걸쳐 총 1306억원을 무담보, 1.5∼4.5%의 저금리로 금호고속에 신용 대여했다.

이 중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은 계열사도 아닌 협력업체를 이용해 8차례 총 280억원의 자금을 우회적으로 금호고속에 빌려줬다. 자금 여력이 없는 영세 협력업체에 선급금 명목으로 돈을 주고 나서 협력업체가 이를 그대로 금호고속에 빌려주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계열사·영세 협력업체를 동원한 저리 대여로 금호고속은 정상금리인 3.49∼5.75%보다 낮은 금리로 총 7억2000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누렸다.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금호고속·총수일가, '꼼수 지원'으로 사익 편취

계열사들의 전방위적인 '꼼수 지원'으로 금호고속은 약 169억원 상당의 금리 차익을 봤다. 박삼구 전 회장을 위시한 총수 일가는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해당하는 이익 최소 77억원과 결산 배당금 2억5000만원을 챙겼다는 게 공정위 전언이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웠던 금호고속이 계열사 지원으로 자금을 마련해 금호산업·금호터미널·구 금호고속 등 핵심 계열사를 사들여 총수 일가 지배력이 확대됐고 경영권 승계 토대도 마련됐다.

정 국장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다는 이유로 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한 회사를 지원하면 그룹 전체의 동반 부실화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기내식 사업권 등 가용 자원을 총 동원해 그룹 차원의 지원에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 320억원의 과징금 중 '교사자'로 지목된 금호산업에는 148억9100만원이 부과됐다. 이 외 금호고속은 85억900만원, 아시아나항공은 81억8100만원, 금호산업은 3억1600만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공정위 전원회의 과정에서 자금 대차 거래와 기내식·BW 거래 등이 정상 거래임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공정위가 이같은 결정을 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금호측은 "사법기관이 동일 사안에 대해 무혐의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며 "공정위가 무리한 고발을 진행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향후 공정위발 정식 의결서를 받고 나면 면밀히 검토해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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