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고생 14만4472명 중 3%, 불법 촬영·유포 피해 경험
"공개적 단속 예고가 말이냐"…교육 당국 정책 뒷말 무성
   
▲ 교육부 로고./사진=교육부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교육부가 지난 7월 2주 간 전국 초·중·고등학교 내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를 전수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으나 적발 건수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당국이 언론·SNS 등에 단속 계획을 공표해 범죄자들에게 불법 촬영 카메라를 회수할 시간을 줬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국 대부분 교육청의 점검이 끝난 현재까지 초·중·고교 내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적발 건수는 1건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요청해 지난 7월 16일부터 31일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현황을 긴급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남 김해·창녕에서는 현직 교사들이 교내 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잇달아 적발됐다. 이는 교내 성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후속 조처였다는 전언이다.

교육부는 긴급 점검을 벌여 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되는 등 필요 시 수사 기관 의뢰·가해자 징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점검 계획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공개하고 페이스북에도 올렸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단속을 공개적으로 하는 게 옳은 정책이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긴급점검을 시작하니 학교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은닉한 범죄자들은 알아서 조심하라는 신호를 줬다는 것이다. 또 교사들의 성 비위를 문책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등 관리·감독 책임을 져야 하는 교육부가 책임 회피 차원에서 보여주기식 단속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애초 밝힌 계획도 예정대로 이행하지도 못했다. 일부 교육청은 내부 협의·전문 기관 위탁 등의 이유로 점검 시한인 7월 말까지 조사를 마치지 못했다는 게 교육부 관계자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점검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가 적발되지 않았다는 것이 교내 불법 촬영이 근절됐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이 지난 7월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고생 14만4472명 가운데 3.0%는 학교생활 중 불법 촬영이나 유포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올해 조사 자료는 없지만 기술 고도화에 따라 불법 촬영을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가 더욱 늘어나고 방법도 교묘해지며 가해자·피해자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교내 불법 촬영 카메라에 대한 수시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고, 불법 촬영 범죄자를 엄단하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교내 불법 촬영물이 온라인 상에 퍼질 가능성도 존재해 온라인 모니터링도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7월 당시) 불법 촬영 카메라에 대한 경각심 제고 취지에서 단속 계획을 내비친 것"이라며 "차제에는 수시로 교내 불법 촬영 카메라를 단속하는 등 정교한 점검 체계 방식 구축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