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침묵 속 김태년 "검찰 신속한 수사"만 당부
당 차원 대응 당부했던 이해찬과 사뭇 다른 분위기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을 두고 당 소속 의원들의 엄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당 대표는 이렇다 할 반응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대표에 취임한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추 장관 논란에 단 한차례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가 침묵을 지키면서 김종민 최고위원을 제외한 다른 지도부도 비슷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이 대표가 침묵을 지키는 것은 ‘나서봤자 좋을 게 없다’는 분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지금 논란은 ‘추미애’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여기서 이 대표가 관련된 발언을 하면 그게 어떤 내용이든 당도 논란에 휘말리게 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께 오해를 사거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을 하지 않도록 새삼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추 장관과 관련해 ‘군 미필자가 많은 국민의힘 탓’이라고 주장한 김남국 의원과 ‘김치찌개 독촉과 같은 것’이라고 비유한 정청래 의원을 향한 경고로 보인다.

민주당의 ‘방어’ 태세도 조국 사태 때와 사뭇 다르다. 일명 ‘조국 수호대’로 불리는 김종민 최고위원, 박범계 의원, 이재정 의원 등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그게 전부다. 조국 사태 당시 이해찬 전 대표가 야당의 공세에 당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김태년 원내대표의 10일 최고위 발언도 적절한 수위에서 이뤄졌다. 그는 “무차별적 폭로,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당부했을 뿐, 추 장관을 향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4·15 총선 직후 부정 회계 의혹에 휩싸인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에 대해 “기부금 논란으로 지난 30년간 헌신해 온 정의기역연대의 활동이 부정돼선 안 된다”며 적극 옹호에 나선 것과 대조되는 반응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야당의 정치공세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기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과 야당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상황에서 당 차원의 맞대응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특히 추 장관의 거취 문제가 불거지면 검찰개혁의 동력이 꺾일 수 있으므로 여당으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원내 관계자는 “추 장관이 모든 의혹을 부정하고 있고, 명확한 물증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청와대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당이 먼저 나서기에는 섣부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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