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박상후' 왜곡된 분배구조…개혁 반대 99% '철밥통' 인식 여전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지난 17일 발표된데 이어 27일에는 새누리당의 개혁안도 공개됐다. ‘더 내고 덜 받는’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소득재분배 장치를 도입하고 연금 납부기간과 연금 개시연령을 늦추는 방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연금 상-하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정작 시기와 방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공무원연금 개혁, 해결방안 모색'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 글은 김대호 (사)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의 토론문 내용이다.

공무원들 크게 잘못 알고 있다- 공무원 보수기준과 체계부터 바꿔라-

■ 충격! 공투본의 투표결과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11월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투표(11월5일~10일)에서 투표 대상 공무원 79만 6814명 중 44만 5208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98.64%가 반대했다”고 밝혔다. 찬성은 0.99%인 4411명, 무효표는 1652표가 나왔다고 한다.

공투본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한국노총연금공동대책위원회(한국노총공대위)등 총 5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물론 반대하는 공무원들의 상당수는 투표에 불참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하더라도 개혁안 반대 99%라는 수치는 국민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드는 경악스런 수치다. 국민들의 전반적인 살림살이로 보나 우리의 생산력 수준(1인당 GDP수준)으로 보나, 시나브로 늘어난 평균 수명(연장) 사정으로 보나, 현재의 공무원 연금은 명백하고 심각한 부조리가 맞기때문이다. 그래서 공무원들의 철없음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찬반투표 최종 결과 발표 기자회견'. /뉴시스

■ 공무원 연금, 부조리의 빙산의 수면 위 10%

우리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임금, 연금, 고용, 복리후생 등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지를 모른다. 이게 충격적인 투표 결과의 뿌리 중의 하나이다. 사실 공무원 연금은 거대한 부조리의 빙산이 수면 위로 삐죽 얼굴을 내민 10%일 뿐이다. 나머지 90%는 공무원 보수기준, 호봉제, 승진방식, 임용방식, 정년, 보직 등이다.

이 제도들은 한 때는 공직에 우수한 인재를 붙들어두고 부정비리 유인을 줄여, 산업화, 민주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발전의 발목을 잡는 심각한 시대착오적 부조리로 바뀐 것이 대부분이다. 공무원 연금과 보수 책정 기준부터가 대표적이다. 공무원 연금 관련 부조리, 몰상식은 이미 충분히 밝혀져 있다.

단적으로 한국 공무원연금은 월평균 229만원(2013년 기준)인데, 보다 국민소득이 훨씬 높은 일본의 공무원연금이 월평균 185만원이고, 그나마 일본은 2015년에는 165만원으로 내린다. 일본 국민연금(후생연금)과 완전통합 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한국 공무원 연금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공무원 박봉론=후불임금으로서의 후한 연금사수론의 근거인 공무원 보수 수준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주요 국정통계 포털인 e-나라지표는 ‘공무원 보수추이(총량지표>행정일반>공직채용/지원)’를 게시해 놓았다. 관리 지표는 ‘공무원 보수 민간임금 접근율’이다. 기준으로 되는 비교대상 민간임금은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 중견기업의 사무관리직의 보수"라고 되어 있다. 그 아래 몇 줄의 설명이 더 붙었다.

“비교대상 보수는 초과근로시간에 연동된 변동적 초과급여를 제외한 임금총액 이며, 공무원의 경우는 고정초과급여를 임금총액에 포함시킴. 비교방식은 공무원과 민간과의 학력수준과 연령 등 근로자 구성의 차이를 통제하고 격차지수를 산출하는 「피셔(Fisher) 방식」임”

아무튼 이런 방식으로 산출된 민간임금을 100으로 놓고, 공무원 보수 수준을 따져보니, 2004년에 95.9%까지 접근했다가 경향적으로 떨어져 2013년에는 84.5%로 내려왔다(e-나라지표에는 없는데, 공무원 노조 측의 주장에 의하면 일반직 공무원으로 한정하면 77.6%다.

대졸 이상 일반직으로 좀 더 제한해서 비교하면 69.8%에 불과하단다.). 아마 이 통계를 근거로 공무원 보수의 현실화, 즉 민간임금접근율의 상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공무원 연금은 저임금에 대한 후불임금적 성격이 있으니 손대지 말라고도 한다.

■ 공무원 진짜 박봉 맞나?

그런데 민간 대비 84.5% 밖에 안된다는 ‘박봉’의 공무원 임금의 상대적 수준은 어느 정도 일까? ‘2012 국세청 근로소득 신고자 급여(과세+비과세) 분포(2013 국세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신고자 총수는 1576만8천 명인데 근로소득 5천만 원 이상자의 비중은 17.1%다.

그런데 2013년 4월 28일 안전행정부 발표(관보) 기준 공무원의 월평균 기준소득액(2012년)은 월 435만원, 연 5220만원(대략 1인당 200만원 내외의 복지포인트 제외, 초과근무수당 등 포함)으로, 1인당 GDP(2560만원)의 2.04배다.

같은 자료에서 연 2천만 원 이하의 비중은 무려 48.8%다. 1천만 원 이하는 24.0%다. 한국 땅에 국민들의 근로소득을 엄청나게 많이 빨아가는 블랙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수의 자영업자를 감안하면, 노동소득분배율도 특별히 낮은 것도 아니다.

문제는 노동(임금근로자) 비중 자체가 작고, 노동과 노동의 분배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론만 말하면 공무원은 노조 및 독과점 대기업, 부동산 불로소득자 등과 더불어 왜곡된 분배구조를 더욱 왜곡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사실 총취업자가 2500만 명 가량에 국세청 근로소득 신고자는 1577만 명에 불과한데, 이 통계에 안 잡히는 사람 대부분은 임금이나 고용 조건이 더 열악한 사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공무원 평균은 총취업자 2500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10%안에 거뜬히 들어갈 것이다. 결코 박봉이 아닌 것이다.

물론 9급 1호봉 등 하위직-저호봉자는 박봉이라고 인정해 줄만하다. 사실 공무원들은 이들을 방패삼아 현재의 임금, 연금, 복리후생 등을 지키려 한다. 하지만 민간중소기업의 박봉자들과 달리 이들은 해마다 호봉이 올라가면서 임금이 크게 올라간다. 하는 일이 똑 같아도, 아니 노동생산성이 더 떨어진다 해도, 임금은 신참자의 3배 수준으로 올라간다.

바로 이것이 노량진에 공시 폐인이 넘치고,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100대 1, 200대 1을 넘는 이유다. 요컨대 평균적 공무원 보수는 일부 대공기업과 전문직과 비교하면 약간 낮을지 몰라도, 세금을 내서 공무원들의 월급을 주는 국민의 절대다수 보다는 월등히 높고, 무엇보다도 안정적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민간기업 종사자 308만5천명!

공무원 보수 박봉론의 핵심 근거인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민간기업’의 종사자—사무관리직은 이 중 일부일텐데 따로 뽑을 수가 없다-는 누구며 얼마나 될까?  지표 담당인 안전행정부(성과급여기획과)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서 뽑았단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가서 자료를 내려받아 계산해 보니, 모집단인 5인 이상기업의 상용직 총수는 868만3949명인데, 이 중 100인~299인이 140만3821명, 300인~499인이 42만6067명, 500인이상이 125만5514명으로, 100인이상은 총 308만5402명이다. 이들의 임금, 학력, 연령 자료를 토대로 보정을 거쳐 사무관리직 보수를 도출했단다.

그런데 2013년 말 우리나라 총취업자는 2500만 명, 임금근로자는 1800만 명, 상용직은 1200만 명이다. 308만5천명은 선택받은 소수 상층인 것이다. 일본은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가 한국만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국민들의 눈높이와 맞추기 위해 공무원 보수 기준을 50인 이상 기업으로 잡았다.

그나저나 한국에서 100인이상 민간기업은 어떤 기업들일까? 아마 한국거래소, 한전, 토·주공, 도로공사, 코레일 등 신(神)의 직장 소리를 듣는 공기업들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또 높은 진입장벽으로 독과점 이익을 누리는 은행, 방송, 통신, 항공, 정유 회사 등이 포함될 것이다.

이들은 일본, 미국, 유럽에서는 이들은 공기업이 아니거나, 최소한 독과점 이익은 누리지 못하는 기업·산업들이다. 물론 308만 5천명의 상당수는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글로벌 기업이 포함된 제조업에 속할 것이다.

문제는 이 제조업이 이상(異常) 고생산성=저고용=고임금이라는데 있다. 단적으로 2010년 기준 취업자의 16.6%에 불과한 제조업이 부가가치의 30.7%(취업자 평균 대비 1.85배)를 생산했는데 반해, OECD 평균은 13.9%가 부가가치의 14.9%(취업자 대비 1.07배)를 생산했다. 제조업은 일찍부터 무한 경쟁에 노출되어 전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덩치 큰 기업이 많다.

한국 시장이 연못이라면 이들은 고래나 다름없는데, 대체로 협력업체에게는 슈퍼 갑(甲)이다. 이 고래 기업에 포진한 대형 노조들은 예외 없이 ‘신의 직장’을 추구함으로써 고래로 하여금 슈퍼 갑(甲)질을 더욱 세차게 하도록 만든다. 당연히 이 고래들은 고용에 대한 공포가 있는 만큼, 신규고용에 매우 인색하다. 음성적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사무관리직은 큰 부담 없이 뽑지만…

   
▲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무원 연금개혁 관련 긴급 시·도 행정부시장·부지사 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연금 개혁 관련 홍보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이상 고생산성=저고용=고임금 위에 탄 공무원

게다가 힘 있는 노조들의 상당수는 이상 고생산성=저고용의 제조업, 공기업, 독과점 기업에 포진해 있다. 이들은 선진국 노조와 달리 임금과 근로조건 관련 산업적·사회적 기준(표준)을 정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노동의 질과 누리는 처우, 자신의 기여와 혜택, 권리와 의무의 균형=형평 개념도 매우 취약하다. 노동의 질이 어떻든 기업의 지불능력과 교섭력이 허용하면 한없이 올리는 것을 너무 당연시 한다.

부부 맞벌이가 일반화 된지 오랜데, 남성 가장 한 명이 벌어 4인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적어도 임금 인상 명분은 그럴 것이다. 또한 노동의 질이 같아도 근속년수에 따라 무조건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호봉제도 당연시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어디에 처박아 두었는지 정말 모르겠다.

아무튼 그 결과 우리나라는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근속년수에 따른 임금상승도 가장 가파르다. 연공급으로 악명 높은 일본도 저리 가라다. 그래서 큰 회사, 장기근속자 일수록, 구조조정 위협이 밀려오면 ‘해고는 살인이다’며 결사적으로 저항한다. 사실 중국의 거센 도전은 접어두더라도 이런 고용임금 체계 하나만으로도 비교우위 산업에서 신규 (직접)고용은 기피하고, 외주·하청화와 장시간 노동을 선호 할만하다.

민간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지면 끊임없이 퇴출=교체되고 —따라서 100인 이상 민간기업은 끊임없이 좋은 놈으로 교체된다-, 생산성 낮은 부문은 외주화되든지 비정규직 손에 맡겨지고, 사무자동화 기술의 도입으로 처절한 합리화가 일어난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피할 수가 없다.

게다가 민간기업들에게는 저 멀리서 저출산=소비층인 젊은 층 급감의 쓰나미도 몰려오고 있다. 2013년 3월 현재 40~44세(5세 계급) 460만 명, 20~24세 340만 명, 0~4세 230만 명으로 인구가 줄어들면, 제 아무리 장사를 잘해도, 제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 식당이라도 내수/동네 장사를 하는 한 이 거대한 쓰나미 내지 핵폭탄을 피할 방법이 없다.

황폐화된 시골(군) 경제의 중심인 ‘읍’의 오늘을 보면, 한국 사회, 대도시의 미래가 보인다. 이 모든 것은 (시골 군청 공무원들이 그랬듯이) 인구 구조와 상관없이 독야청청할 공무원에게는 다 강 건너 불이겠지만…

■ 피라미드 구조와 원기둥 구조

게다가 공무원의 직접적 비교대상인 사무관리직은 사원→대리→과장→부장으로 올라가면서 계속 줄어든다. 삼팔선(38세 정년), 사오정(45세 정년), 56도(56세까지 버티면 도둑놈)라는 신조어가 나온 배경이다. 그래서 50~60세 민간기업 사무관리직은 대개 5대1, 10대 1의 경쟁(?)을 뚫고 올라온 용장들이다. 공정한 시장 경쟁을 하는 기업이라면 생산성 자체가 높은 사람이 많다.

단적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1월2일 전국 219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4년 승진·승급관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신입사원이 부장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2.41%, 임원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0.74%다. 그나마 이 기업들이 10~20년 이후에도 존속한다는 전제 하에서다.

그런데 지금은 굴지의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10~20년 이후에 존속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공무원으로 임용된 사람은 20~30년 뒤에도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교사나 공무원은 대과가 없으면 정년까지 간다는 얘기다.

우리 공무원(일반 공무원, 경찰, 교사 등)들은 (1인당 GDP를 기준으로 하면) 세계에서 임금수준이 가장 높고, 인상률도 높은 이상 고임금인 100인 이상 민간기업의 사무관리직의 등에 타고 있다. 평균적으로 1인당 GDP의 4배를 받는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 연금은 평균 수명 연장과 인구 구조 변동에 따른 자동 조절 장치를 달지 않았는데, 공무원 보수는 자동 상승 장치를 달았다고나 할까?

지금 한국은 총 인구의 50%인 2500만 명의 취업자가 (넉넉잡고) 총GDP의 60% 가량을 근로소득으로 가져가는 구조라서,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GDP의 1.2배다. 따라서 공무원이 1인당 GDP의 2~3배를 표준으로 삼게 되면 논리적으로 총취업자 2500만 명중 절반가량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밀어내버리는 ‘고용 대학살’을 자행해야 한다. 불가능하고, 아무도 원하지도 않는 천인공노할 일이지만, 공무원들이 피는 논리의 귀결은 이렇다.

게다가 처절한 구조조정에 노출된 피라미드 구조의 민간 사무관리직과 원기둥 구조인 공무원의 보수를, 학력, 연령 등이 비슷하다고 연동시키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높은 처우를 누리는 고호봉-고연금 공무원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신참=저호봉=저임금 시절에는 고참=고호봉자=고임자들을 위해 봉사한 만큼, 고참=고호봉자가 되어서는 그 덕을 보아야 한다.

그래서 고호봉자가 되면 청년 두세 사람 몫을 잡수신다. 현재가 너무 좋아서 절대 안 나간다. 정년 연장에 더 목멘다. 이들이 정년퇴직으로 빠질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대폭 줄여야 할 직무, 예컨대 사양화된 교과목(시수) 등을 못 줄인다. 대기하고 있는 청년들의 줄이 길어도 너무 길다. 신규 채용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그 놈) 등에 업혀가는 놈이라고 했던가? 우리 공무원이야말로 나는 놈 등에 엎힌 놈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고용·임금체계의 표준으로 작용하는 공무원 보수기준과 체계는 너무 심각한 부조리다. 그래서 기준 자체를 취업자 전체와 연동된 중위임금(1250만번째)으로 바꿔야 한다.

이것의 배수로 임금체계를 디자인하여, 중임임금과 간극=배수를 항상 의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 중위임금이 올라야 공무원 임금이 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중위임금 상승을 더 의식할 것이다. 사실 이것이 공무원의 존재 이유 아닌가? 가만 놔둬도 급속히 올라가는 100인 이상 민간기업을 기준으로 삼아 그냥 업혀 가는 것이 아니라!

게다가 불합리하고 가파른 호봉제는 시대착오를 너무 거의 망국적 부조리다. 이는 신참 및 하위직의 몫을 빼앗아 고참 및 상위직에게 몰아주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초장기 근속(정년 보장)을 해야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인간의 수명을 제외하고 모든 존재(산업, 기업, 기술, 직무 등)의 수명이 짧아졌는데 정년을 전제로 임금을 설계 하다니? 게다가 공직에도 민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유입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렇게 고용=직무를 경직되게 운용하다니!

■ 가파른 호봉제는 망국적 부조리 

정년 보장을 전제로 고참=고호봉의 신참=저호봉에 대한 착취 체계인 호봉제를 철폐해야 한다. 신참자 및 하위직은 많이 올려야 한다. 단적으로 연봉 2천만 원 내외(그런데 이런저런 수당을 다 합치면 2500만원을 넘는다는 설도 있다)의 9급1호봉을 2500만 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대신에 6급 32호봉 등 고참자는 많이 내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호봉은 철폐하든지 자동승급은 아주 완만하게 하고, 직무(위험성, 중요성, 사익집단의 포획가능성 등)에 따라 임금 차가 크게 나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소방, 경찰 직무, 규제단속 직무, 기획예산 직무. 자살자가 속출하는 악명 높은 기피 직무와 편하고 안전하기로 소문난 일반 행정 직무는 임금 및 보상체계가 달라야 한다. 분명한 것은 직무의 질(전후방 파급력)이 높다면 연봉은 높아야 하고, 연공에 따라 직무의 질이 올라간다면 현재의 가파른 연공급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연공과 직무의 질이 비례하지 않는다면 50대부터는 강력한 임금피크제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고시공시로 공무원 뽑아서 오랜 기간 순환보직 시키고 교육훈련 열심히 하는 정도로 만들어낼 수 없는 전문성이 부지기수다. 민간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창의성과 열정도 있다. 따라서 공직이 필요한 사람을 적기에 계약직으로 충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민간의 전문성, 창의성과 주민의 민주적 요구가 공직으로 원활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계약직과 정무직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 싱가포르 공무원인가? 유럽, 미국, 일본 공무원인가?

황당한 꿈인지 모르지만, 나는 디테일을 알고, 꾸준함을 갖춘 공무원들이 팔 걷어 부치고 독과점과 갑(甲)질을 잡고, 특히 주거, 교육, 통신 분야 등의 고비용구조를 혁파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줄어든 임금으로도 살 수 있도록 사회임금을 대폭 늘려야 하고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임금과 근로조건의 산업적, 사회적 표준을 보편화 시키고, 우리의 생산력 수준에 맞는 임금 수준 개념도 널리 확산시켜 한 5백만 명쯤이 더 노동시장에 들어와서, 그것도 임금근로자로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이 선진국형 고용임금 체계의 모범=표준을 먼저 수용하여, 사회를 선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대개혁을 거부한다면, 그래서 싱가포르 공무원 같은 특별히 높은 대우를 받으려 한다면, 공무원은 지금 보다 절반 혹은 반에 반 이하로 줄여서 정예화 하고, 웬만한 공공 서비스는 외주화해야 한다. 이게 싫다면, 다시 말해 유럽, 미국, 일본처럼 큰 공공부문을 유지하려 한다면, 임금과 근로조건은 국민들의 수준 내지 생산력 수준과 맞춰야 한다. 그 기준은 중위임금이나 1인당 GDP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공무원들은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