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확진에 피험자 확보 국내보다 용이
종근당・대웅제약・GC녹십자 등 개발 속도전
   
▲ GC녹십자 연구원이 연구활동 중인 모습./(자료=GC녹십자)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임상시험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해외 국가에서 국내보다 많은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피험자 확보 용이성을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지난달 31일 러시아 식약처로부터 혈액항응고제 및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의 임상 2상을 승인받고 환자 모집에 한창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파벨탄의 주성분인 '나파모스타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원으로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진행한 약물재창출 연구에서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약물이다. 연구소는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능 비교 연구에서 나파모스타트가 현재 긴급사용승인 되어 중증환자 치료에 쓰이는 '렘데시비르'보다 효능이 뛰어나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종근당 나파벨탄의 국내 개발 단계는 식약처로부터 임상 2상 승인완료를 받고 시험을 실시하는 연구기관과 협의 중인 상태다. 해당 연구는 체내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공급이 필요한 코로나19 중증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연구 기간은 오는 2023년 6월까지다. 

하지만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국내 코로나19 중증환자 수는 누적 141명으로, 조건에 맞는 피험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 관계자는 "러시아의 경우 국내와 비교했을 때 대규모 감염이 잇따르고 있어 환자 모집이 국내보다는 수월하다"며 "이 같은 이유에서 국내와 러시아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DWRX2003(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을 인도와 필리핀에서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회사에 따르면 해당 약물은 전임상인 동물실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웅제약은 현재 인도에서 건강한 현지인 30명을 대상으로 해당 약물 투약을 진행 중이다. 임상 1상 시험에선 약물의 안정성과 내약성, 유효성 등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이번 임상시험으로 확보한 데이터는 백색, 유럽 인종(코카소이드)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추후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임상시험 진입 시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필리핀에서는 이달 중 피험자 40명을 모집하고 첫 투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GC녹십자는 다케다, 옥타파마, BPL 등 글로벌 혈액제제 기업들이 참여하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얼라이언스(CoVIg-19 Plasma Alliance)'를 통해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들이 개발중인 혈장치료제는 임상 3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임상 3상은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주도로 진행되며 미국, 아르헨티나, 덴마크, 영국 등에서 500명의 코로나19 환자에 투여된다.

얼라이언스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는 국내에서 GC녹십자가 개발한 혈장치료제와 동일한 방식으로 개발된 면역글로불린 제제다. 만약 해외 개발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관련 자료를 토대로 국내 긴급임상승인 등을 요청할 데이터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는 국내에서 혈장치료제의 임상 2a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1상과 2상이 불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임상 3상으로 직행하기로 한 미국과는 대조되지만, 국내 제약사들 중에선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 회사는 지난 19일 중앙대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혈장치료제 첫 투여를 완료했다. 회사는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중앙대병원, 고대 안산병원, 연대 세브란스병원, 충남대병원 등 총 6개 의료기관에서 추가 환자 투여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코로나19 중증 환자수가 적어 임상 설계에 알맞은 환자를 구하는게 어려워 연구개발을 지속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국내든 해외든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고 장기적으로 지켜봐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