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이어 잇달아 불거진 비리 의혹에도 개혁 고삐 당기기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제2차 국정원 검찰 경찰 개혁전략회의 계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만나 사실상 추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논란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 시작 전 대부분 참석자들이 모두 착석한 가운데 오후 2시 정각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추 장관과 함께 입장했다. 추 장관 편들기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결과인 국가수사본부 출범, 국가정보원 재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 처리 촉구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은 어려운 일이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조직을 책임지는 수장부터 일선 현장에서 땀 흘리는 담당자까지 자기 본분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권력기관 개혁”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 이 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하는 데 헌신하고 있는 권력기관 공직자들께 격려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또한 문 대통령은 “수사 체계의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은 70년 이상 된 제도를 바꾸는 일이므로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그러나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격언을 상기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청와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추 장관과 함께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목표에 변함이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개혁 대상인 검찰과 경찰 수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날 “문재인정부는 검찰‧경찰 개혁을 검‧경에 맡기지 않고 소관 부처인 법무부‧행안부 장관에게 그 소임을 부여했다. 권력기관 개혁의 추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사회적 논란으로 커진 추 장관 아들의 휴가 연장 특혜 의혹에 대해 불법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관련 의혹이 불거졌을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 사안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9일 제1회 청년의 날을 맞아 청와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병역비리 등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공정’을 무려 27회 외쳤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이날 추 장관에 대한 신임 의사를 내비친 것은 잇단 법무 수장 비리 의혹에 자칫 개혁의 고삐를 놓칠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공정 발언에 대해서도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특정 논란을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부연해드리자면 문 대통령의 발언에 담긴 병역 문제는 군 미필이라든지, 보직 청탁이라든지, 존중받는 병영 생활 등을 포괄적으로 언급하신 것”이라고 설하며 추 장관 관련 논란과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19일 “기성세대가 불공정에 익숙해져있을 때, 우리정부는 청년들과 함께 공정을 찾아나서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다”며 “공정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제도화되고 관성화 된 특혜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기도 했다. 공정이 우리사회의 문화로 정착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모든 변화나 발전이 그렇듯이 공정이 우리사회에 뿌리내리기까지, 문화로 정착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시행착오나 갈등이 있더라도 또박또박 힘을 모아 해결하면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말씀하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발언 마지막에서 “우리가 떼는 첫걸음이 신뢰를 키운다면 우리는 더욱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하는 그날까지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하며, 힘 있게 추진해 나가자”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에 이어 추 장관까지 비리 논란에 휩싸였지만 청와대는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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