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시행…경찰 "검찰 일방적인 독소조항 미해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령(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시행령)이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논란 속에 통과됐다. 지난 1월 개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8개월 만이다.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지난 16일 입법예고한 후 법제처 심사 및 차관회의를 거쳐 그간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시행령은 문재인 대통령 재가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시행령이 검찰과 경찰 모두에게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시행령은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내부 반발에 대한 자구책 등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크다.

우선 검찰측에서는 직접 수사가 가능한 범위를 6대 범죄로 제한해 불만이다. 

   
▲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9월 25일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시행령 내용을 재검토하고 당의 입장을 조율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대외적으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으나,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이 부당하다는 비판이 밖으로 새어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6대 범죄와 엮어 거의 모든 범죄에 별건수사가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와, 주무부처인 법무부 의향대로 시행령을 마련했다는 의견도 있다.

지방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현직 검사는 이날 본지 취재에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받으면 검사가 거의 모든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있고 시행령 해석 및 개정 주무부처를 법무부 단독으로 한 것이 의미가 크다"며 "큰 카테고리 상 수사개시 범위에 제한을 두었지만 마약범죄 및 사이버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됐다"고 보았다.

그는 "경우에 따라서는 6대 범죄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별건수사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권 권력 핵심 및 여권 등 공수처가 눈을 번득이는 사안이 아니면 검사가 최대한 밀도있게 수사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몇 가지 경우에 대해선 불만이 있다"며 "검사의 재수사 요청을 1회로 제한하고 경찰의 '수사 중지' 조항이 포함된 것이 그렇다"고 덧붙였다.

반면 경찰측에서는 '현실을 전혀 반영 못하고 오히려 망가뜨리는 수사권 조정', '검찰개혁은 커녕 산으로 가버렸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경찰청 총경은 이날 본지 취재에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온 경찰관들 힘 빠지게 하는 시행령"이라며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강행으로 전국의 경찰들로부터 완전히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 모두가 지적한 독소조항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형사소송법 수사준칙에 대해 법무부가 단독 소관으로 일방적인 해석 및 개정 권한을 갖고 갔을 뿐더러 검찰이 영장만 받으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직접 수사 개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전과 달라진게 하나 있다. 국민이 실생활에서 접하는 수많은 사건에 있어서 검찰의 입김이 더 커졌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바뀐 시행령에 따르면 경찰 수사의 현실도 시행령에 명문화하지 못했다. 12만 경찰관들의 의견 수렴과 반영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9월 29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 "불안한 수사개혁 어설픈 자치경찰, 피해는 국민의 몫 희생은 경찰의 몫"이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미디어펜
친정부 성향 시민단체로 꼽히는 참여연대 조차 이번 시행령과 관련해 "검찰이 직접 수사해 온 범죄 대부분을 포함한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여러 비판이 나오는 사안에 대해 법무부가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나 협의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입법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한 바 있다.

변수는 하나 있다. 국무회의 통과 후 다음 단계는 대통령 재가다.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 재가 전 수정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법적으로는 내년 1월 시행 후 경과를 보고 재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

최근 tvN 드라마 '비밀의 숲2'에서 내용을 다뤄 관심을 끌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 그런데 이 문제의 큰 그림이 시행령이라는 각론에서 논란을 야기했다. 경찰의 강력한 반발 속에 향후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