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류현진(33)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만능키'가 되지 못했다. 에이스 역할을 하지 못하고 대량실점한 후 조기 강판됐고, 팀은 패해 가을야구에서 일찍 짐을 쌌다.

류현진은 1일(이하 한국시각)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3전2선승제) 탬파베이 레이스와 2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전날(9월 30일) 열린 1차전에서 에이스 류현진을 아낀 토론토는 1-3으로 패해 벼랑 끝에 몰린 상황. 류현진을 앞세워 2차전을 잡고 승부를 3차전까지 끌고간다는 계획이었지만, 류현진이 무너지면서 토론토가 4년만에 진출한 포스트시즌은 허무하게 두 경기로 끝나고 말았다.

류현진이 일찍 무너진 토론토는 2-8로 져 2연패하며 탈락했고, 2연승을 거둔 탬파베이가 디비전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홈페이지


이날 류현진은 1⅔이닝밖에 던지지 못했고 8안타나 맞았다. 홈런도 두 방 허용했고 볼넷 1개를 더해(3탈삼진) 7실점했다. 결정적인 수비 실책이 나왔기 때문에 류현진의 자책점은 3점뿐이었지만 에이스가 2회도 못 버티고 7점이나 내준 후 교체돼 토론토는 이길 수가 없었다.

사실 류현진의 2차전 등판은 토론토에게 모험이었다. 시즌 최고 활약을 한 류현진을 가장 중요한 1차전에 투입하지 않은 것을 두고 현지 언론에서는 '미친 짓'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류현진은 지난달 25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했다. 7이닝 무실점으로 깔끔한 피칭을 했지만 투구수가 100개나 돼 나흘 휴식 후 1차전 등판은 무리일 수 있었다. 찰리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이 통증이 좀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5일을 쉬고 2차전 마운드에 올랐지만 류현진은 정상적인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최고 구속이 90마일(145㎞)을 넘지 못했고,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찔렀던 예리한 제구력도 실종됐다.

만만해진 류현진의 공은 탬파베이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류현진은 1회부터 4안타를 집중적으로 맞았다. 상대 주루사가 있어 1실점으로 막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2회말, 류현진은 완전히 무너졌다. 선두타자 케빈 키어마이어에게 안타를 맞은 다음 마이크 주니노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2루타와 볼넷, 유격수 보 비셋의 실책으로 2사 만루에 몰린 뒤 헌터 렌프로에게 좌월 만루포를 두들겨맞았다. 순식간에 0-7로 점수가 벌어졌고, 류현진은 더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토론토는 대니 잰슨이 3회와 5회 연타석 솔로포를 날려 2점을 만회했지만 초반에 너무 많은 점수를 내줘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팀 에이스로 처음 맞은 가을야구는 류현진에게 씁쓸한 기억을 남겼다. 류현진이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1⅔이닝 7실점한 것은 개인적으로 최악의 성적이었다. LA 다저스 소속으로 뛰던 2018년 10월 20일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3이닝 5실점한 것이 이전 류현진의 포스트시즌 최다 실점이었다.

토론토는 가을야구를 일찍 접었고, 류현진의 2020시즌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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