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키움 히어로즈 감독 자리는 '바람 앞의 등불' 신세 같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한 감독이 재계약을 하지 못했고, 한창 시즌 막바지 순위 경쟁 중이던 감독이 사퇴했다. 구단 내부 사정이야 있겠지만, 감독의 거취와 관련해 잘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1년 사이 거듭 벌어졌다.

키움 구단은 8일 손혁 감독의 사임 소식을 전했다. 구단의 공식 발표나 손혁 감독이 전한 사퇴의 변이나 모두 '자진 사퇴'다. 손 감독은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키움은 7일 현재 팀순위 3위다. 1위 NC와 9게임 차로 벌어져 정규시즌 우승이 힘들고,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도 확정되지 않았다. 최근 10경기 성적이 3승 7패로 저조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포스트시즌에 오를 경우 우승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인지 모르지만 초보 사령탑인 손혁 감독이 나름 팀을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만약' 손혁 감독이 최근 성적 하락을 자책하고 자진 사퇴를 결심했더라도, 지금 시점에서는 구단이 잘 설득해 남은 시즌 분발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격려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으로 보인다.

   
▲ 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은 지난해 시즌 후 계약이 만료된 장정석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의외였다. 키움은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LG, SK를 내리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한 번도 못 이기고 4연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문 아쉬움은 있었지만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키움 구단은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과 재계약하는 대신 SK 투수 코치였던 손혁을 신임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장정석 감독이 팀을 떠나게 된 것은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주원인이었다. 장 전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이런 의혹에 대해서는 따로 해명까지 했다.

어쨌든 장정석 전 감독이 키움과 재계약하지 못한 것은 비상식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키움 감독은 '비상식적'으로 시즌 도중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성적 부진에 책임감을 느끼고 '자진사퇴'했다는 손혁 감독 대신 키움 구단은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비상식적'인 일의 연장선상이다. 

전력분석원 출신 김창현 감독대행은 올 시즌 처음으로 현장에서 코치 직함을 갖고 일했다. 키움 구단은 김창현 코치에 대해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데이터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고 감독대행을 맡긴 이유를 설명했다.

피말리는 순위 경쟁이 남아있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는 더 큰 승부를 벌여야 하는 키움이다. 현장 경험이 많지 않고, 선수단 지휘 경력도 거의 없는 김창현 감독대행에게는 너무 큰 짐이 지워졌다.

키움 히어로즈는 프로야구 팀으로서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는 것일까. 1년 사이 두 감독이 팀을 떠나는 모양새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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