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모바일로 급속히 변화...우는 아이 떡 주는 식의 상생은 한계가 있어
   
▲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16일 아리따움 가맹점 협의체인 전국 아리따움 경영주 협의회(전경협), 전국 아리따움 점주 협의회(전아협)와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왼쪽부터 전경협 남효철 회장, 아모레퍼시픽 안세홍 대표, 전아협 김익수 회장./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유통 환경이 인터넷과 모바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본사와 대리점 혹은 가맹점 간에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본사 측에서는 한때 주요 매출처였던 가맹점을 유통 환경이 변했다고 쉽게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계속 함께하고 지원하기에는 유통 환경이 너무나 급속히 변하고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었다.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보다 자사 몰이나 쿠팡 등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이 동일 제품인데도 더 저렴하게 판매됐기 때문이다. 

가맹점주들은 자사 몰이나 온라인 판매처에 더 저렴하게 납품하는 아모레퍼시픽을 상대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아모레퍼시픽은 가맹점과 상생 협약을 체결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과 가맹점주들은 각 가맹점에 대한 임대료 특별 지원과 재고 특별 환입, 폐점 부담 완화, 전용 상품 확대, 온라인 직영몰 수익 공유 확대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 임시방편일 뿐 궁극적인 상생이자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맹점 비중이 높은 화장품 업계에서는 이런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토니모리의 경우 몇 해 전 온라인 판매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할인을 진행한 결과 가맹점 주들이 대거 이탈하며 회사가 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미샤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도 가맹점주들과 오랜 기간 갈등을 겪고 있다.

본사 측에서는 코로나19 등으로 회사 사정이 매우 힘들어졌는데, 무작정 가맹점과의 상생만을 외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유통 환경도 앞으로 더욱 디지털과 모바일 등으로 더욱 빠르게 변화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도 급속히 변화한다. 이런 가운데 오프라인 중심의 대리점 체계를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맞춰 본사와 가맹점 간에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시위하고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식의 상생 협약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지금의 본사와 가맹점 간의 관계를 갑과 을, 강자와 약자의 관계로 보기에는 본사들도 매우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근본적인 상생을 위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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