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관련 감사 결과 발표
전기판매수익 과소산정…평가기준 점검 촉구에 그쳐
   
▲ 나광호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회법을 어겨가면서까지 13개월간 진행된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는 발전소의 '흑자부도'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됐다. 경제성 평가 및 절차상 하자가 있었음에도 발전소 재가동, 관련자 중징계 등의 권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20일 감사원은 공개문을 통해 "이번 감사는 발전소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고려사항 중 경제성 분야로 이뤄졌다"며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의결 내용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지역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므로 이번 감사 결과를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설령 월성 1호기 경제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이 발전소는 국민 혈세 7000억원을 들여 설비를 보수·교체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가동 승인을 받았고, 지역상생협력금이 지급되는 등 안전성과 지역수용성이 부족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 조작 논란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지적했다.

한수원이 전망단가와 실제 판매단가가 차이나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보정하지 않고 삼덕회계법인이 사용하게 하고, 일관성 없는 이용률 전망을 적용하는 등 월성 1호기의 전기판매수익이 과소하게 산정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사례로 인건비 감축에 대한 실증적인 데이터를 얻었음에도 즉시 가동중단의 효과를 과도하게 추산하고, 기준출력을 낮게 잡는 등 중수로 원전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점도 언급됐다.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시 즉시 중단보다 224억원의 경제성이 있다는 산업통상자원부·한수원·삼덕회계법인의 최종 보고서 역시 축소됐음을 시인한 셈이다. 이에 따르면 월성 1호기는 흑자를 낼 수 있음에도 문을 닫은 것으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최근 산자위 국감에서 "고리 1호기도 경제성·안정성이 있으나 정책적 이유로 영구정지 됐다"고 발언한 바 있다.

   
▲ 이채익 의원(오른쪽에서 6번째) 등이 감사원 앞에서 월성 1호기 감사결과 발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번 감사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는 부분이다.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위배되는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평가되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경우 그 내용을 재취업·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하고, 인사혁신처에 이를 알려 공직후보자 등의 관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에 그쳤다.

한수원이 발전소 계속 가동을 원하고 있으며, 즉시 가동을 중단하는 것보다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기간까지 운영하는 것이 경제성 있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휘하 공무원에게 조기폐쇄 및 즉시가동 검토를 지시했지만 퇴직을 이유로 사실상 아무런 처벌도 가해지지 않은 것이다.

정 사장 역시 성윤모 장관으로 하여금 '엄중 주의' 조치를 취하라는 촉구에 머물렀다.

월성 1호기 가동 방안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거나, 휘하 직원들이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과정에 부적정한 의견을 제시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것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사장은 취임 전부터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및 신규 원전 백지화를 언급한 인사로, 단순히 상급자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그친 것은 감사원장이 탈원전 정책을 수호하기 위한 친여 감사위원들의 주장에 굴복한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다.

실제로 여당 의원 중에서도 월성 1호기 감사는 탈원전 정책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공무원들이 국민 혈세를 낭비하도록 종용했음에도 '꿀밤' 조차도 없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징계 다운 징계가 거론된 것은 감사원이 제출을 요구한 자료를 삭제한 산업부 공무원 2명이 전부였다.

지난 20대 국회가 지난해 10월1일 요구해서 진행된 이번 감사는 원래 지난해 말 결과가 나왔어야 하는 사안이었으나, 감사원이 사안의 복잡성을 이유로 연장을 요청함에 따라 올 2월로 연기됐다. 하지만 국민들과 국회가 11개월이나 더 인내한 결과가 실소를 자아낸다는 점이 애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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