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버스 등 수소상용차 대중화도 빠른 행보…해외 시장 개척도 본격화
선박·철도 등 다양한 교통·운송분야와 발전분야에도 수소에너지 접목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수소는 민주적인 에너지다. 못 사는 나라도 자동차를 굴려야 한다."

1998년, 친환경 에너지로서의 수소의 가치를 일찌감치 내다보고 수소전기차 개발에 착수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도전이 20여년 만에 아들인 정의선 회장 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 국산 수소연료전지시스템으로 완성된 현대차 수소차 넥쏘 /사진=현대차


지난 2018년 출시된 수소전기차 넥쏘가 단일 모델, 단일 국가에서는 최초로 판매량 1만대를 돌파하며 수소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연 것이다.

1일 현대차에 따르면 2018년 3월 출시된 넥쏘는 2년 반 만인 올해 10월 기준 국내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 에너지를 활용해 '수소전기차'라는 새로운 영역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성능의 수소전기차로 꼽히는 넥쏘가 탄생하기까지 현대차그룹은 수많은 인적, 물적 자원과 열정을 쏟아 부었다.

1998년 수소전기차 개발 전담 연구팀을 신설한 것을 시작으로 수소전기차 개발에 나선 현대차는 2년 뒤인 2000년 싼타페 기반의 수소전기차 시제품을 개발했고, 2004년에는 투싼을 기반으로 수소전기차를 만들어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개발이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은 것은 현대차 마북연구소가 설립된 2006년이었다. 당시 이곳을 찾은 정몽구 명예회장은 연구원들에게 수소에너지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모든 기술을 총 동원해 수소연료전기차를 개발할 것을 독려했다.

   

   


김세훈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연료전지사업부장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정 명예회장은 연구원들에게 수소전기차 100대를 각각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볼 것을 주문했다. 전부 성공할 수는 없으니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은 모두 적용해 여러 케이스를 만들어 본 뒤 가장 적합한 케이스를 향후 개발될 양산형 수소전기차에 적용하라는 주문이었다.

당시 수소연료전지 가격이 개당 6억원에 달했으니, 연료전지 비용으로만 600억원을 투입한 셈이다. 그 정도로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노력과 투자는 2013년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양산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당시 출시된 투싼ix 수소전기차는 세계 최초로 양산 판매된 사례로 기록에 남았다.

이번에 국내 판매 1만대를 돌파한 넥쏘는 투싼ix 양산 경험을 기반으로 수소전기차 전용 차체를 만들어 개발한 모델로, 5분간 충전해 609km를 달릴 수 있다.

넥쏘의 113kW 연료전지 시스템은 2019 워즈오토 10대 엔진상에 선정되며 수소전기차의 우수한 성능과 효율을 알렸고, 넥쏘의 차체는 2018년 유로 NCAP(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 기관)의 테스트에서 별 5개를 획득하며 최고 등급 안전성을 검증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못지 않은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우수한 성능, 미래지향적 디자인은 넥쏘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을 변화시켰고, 이는 수소전기차 대중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된 결정적 요인이 됐다.

특히 법인 고객보다 월등히 높은 개인 고객 구매비율은 넥쏘가 폭넓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10월 28일까지 집계된 넥쏘의 판매 기록을 보면, 개인 고객 비율은 88.3%로, 법인 고객(10.9%)보다 월등히 높았다. 넥쏘의 고객이 관공서나 기업이 아닌, 실생활에서 승용차로 이용하는 소비자가더 많았다는 이야기다.

   

   


또한 넥쏘는 남성 고객에게 많은 선택을 받았으며, 넥쏘를 선택한 고객 연령층은 30대부터 60대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었다. 특히 40대(28.9%)와 50대(26.2%)의 고객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는 실용적인 SUV 모델을 기반으로 첨단 기술과 친환경성이 장년층에게 크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소충전소 인프라의 한계로 지역적 판매 분포는 고르지 못했다. 넥쏘는 수소충전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울산, 경기도, 서울에서 많은 판매가 이뤄졌다.

수소충전소 5곳이 설치된 울산에서의 판매비율이 17.0%로 가장 높았고, 5곳이 설치된 경기도에서 13.8%, 3곳이 설치된 13.8%가 각각 팔렸다.

글로벌 시장의 수소전기차 판매 현황도 눈여겨 볼 만하다. 현대차 넥쏘는 수소 에너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북미와 유럽에서도 안정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넥쏘의 가파른 성장세는 해외 판매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9월까지 집계된 넥쏘의 해외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 동안의 해외 판매량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코로나19로 인해경쟁 모델 판매는 물론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체가 위축됐지만, 넥쏘의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메이커별 수소전기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경쟁 모델인 토요타 미라이와 혼다 클래리티는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시장 위축에 따라 판매량이 급감한 반면 넥쏘의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차세대 친환경 파워트레인으로 주목받는 넥쏘의 연료전지 시스템과 현대차의 첨단 편의·안전 사양, 그리고 뛰어난 SUV의 활용도 등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도전은 승용 수소전기차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수소전기 대형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개발하며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 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했으며, 올해 7월 양산을 시작한 일렉시티 수소전기 버스는 지난 9월에 중동 시장 첫 진출 소식을 알렸다.

이로써 현대차는 승용차부터 상용차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에너지 산업으로 대표되는 수소전기차 기술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현대차는 11월 현재까지 총 40대의 수소전기 트럭을 수출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은 1회 충전으로 약 4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친환경 트럭으로, 스위스에서 각종 물류 사업에 활용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연간 생산 50만대, 연료전지 시스템 연간 생산 70만 기를 실현하기 위한 7조6000억원 규모의 중장기 전략 'FCEV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버스, 화물, 선박, 철도 등 다양한 교통·운송 분야와 전력 생산 및 저장 등 발전 분야에 수소 에너지를 접목해 수소 사회 진입을 이끌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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