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LG 트윈스 신민재(24)가 대주자로서 실패를 천금 만금짜리 안타 하나로 화끈하게 만회했다. 그리고 2020 가을야구 1막 1장의 '엔딩 요정'이 됐다.

   
▲ 사진=LG 트윈스


신민재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키움 히어로즈전에 연장 12회말 대주자로 출전했다. 양 팀이 2-2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선두타자 김현수가 유격수쪽 내야안타를 치고 나가자 '대주자 전문'인 발빠른 신민재가 투입됐다.

그러나 신민재는 대주자로서 최악의 결과를 냈다. 다음 채은성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직선타로 잡혔을 때 미처 1루로 귀루하지 못하고 아웃된 것. '대주자의 주루사'는 치명적일 수 있었다. 1점 싸움인 연장 승부에서 팀의 간판타자 김현수를 빼고 신민재를 대주자로 내세운 것은, 반드시 살아서 홈까지 들어오라는 뜻.

하지만 주루사를 당함으로써 '끝내기 주자'가 됐어야 할 신민재는 좋은 찬스를 끝내버렸다. 아쉬움 속 신민재는 13회초 중견수 수비로 들어갔다.

LG가 12회말 찬스를 놓친 후유증은 다음 이닝 실점으로 나타났다. 큰 위기를 넘긴 키움은 13회초 박병호 김하성의 안타로 잡은 찬스에서 박동원이 행운의 좌전 적시타로 한 점을 내 3-2로 앞섰다.    

연장 13회말, LG도 반격에 나섰다. 선두타자 이형종이 2루타를 치고 나가 찬스를 엮었고, 2사 2, 3루에서 이천웅의 내야안타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LG의 찬스가 이어지자 키움 김태훈 투수는 홍창기를 고의4구로 내보내 만루를 채우고 신민재와 승부를 택했다. 

키움 측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고, 김현수를 신민재로 교체했던 LG는 김현수 생각이 간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민재는 이날 경기의 진짜 '해결사'였다. 볼 2개가 먼저 들어오자 밀어내기 볼넷을 염두에 두고 공 하나쯤 기다려볼 만도 했지만, 신민재는 3구째 투심 패스트볼에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2루수 키를 넘어 우중간으로 향하는 끝내기 적시타. 

   
▲ 사진=LG 트윈스


무려 5시간 가까이(경기 소요시간 4시간 57분) 걸린 대접전을 신민재의 안타가 끝낸 것이다. 그리고 LG는 1차전 승리로 2차전을 없애버리고 기분좋게 다음 무대인 준플레이오프로 향했다. 

경기가 끝난 뒤 LG 팀 동료들은 신민재에게 격한 축하를 해줬다. 자신의 역할을 대신 해준 신민재에게 그 누구보다 김현수가 뜨거운 축하를 보냈다.

극적인 '엔딩 요정'이 된 신민재는 "내가 끝내기를 친 것보다는 팀이 이겨서 다음 경기 할 수 있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2차전이 없어져) 내일 우리 선수들이 다 쉴 수 있어서 좋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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