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90% 예방율 확인" 중간결과 발표
임상 예정 4만명 남아...수치 변할 가능성↑
   
▲ 사진=픽사베이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에 달한다는 중간결과가 발표되면서 코로나19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화이자는 9일(현지시간)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BNT162b1'(이하 B1)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90% 이상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반 독감 백신의 두 배에 가까운 효과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화이자는 백신 안정성에 대한 데이터를 점검한 후 이달 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16~85세 인구를 대상으로 긴급사용승인(EUA)을 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미 정부 등에선 내년 상반기 중 코로나19 백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B1은 인간 세포 수용체에 결합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단백질 부분을 유전적 정보 메신저 mRNA 코드로 코딩해 인간세포에 침투한다는 방식을 지닌다.

중간결과 일뿐...개발 성공 속단하기 일러

하지만 이날 발표는 전문가 패널 '데이터 감시위원회'가 화이자의 3상 시험에 관해 내놓은 중간 결과로 최종 예방 수치는 변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내놓은 중간결과는 미국과 해외 5개국에서 4만3538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3상 시험에서 초기 발생한 94명의 확진자만 분석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간결과에선 90% 이상이라는 예방률 수치만 있을 뿐, 참가자들의 연령대나 건강 상태 등 세부적인 데이터가 없다. 따라서 임상시험 참여 예정인 피험자 4만 여명에 투약을 진행하면 새로운 부작용이 보고되거나 예방률 수치가 변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 역시 B1 백신의 안정성에 대한 장기 추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예비결과와 다름없는 중간결과로 환호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달 중 화이자가 신청할 예정인 EUA 또한 FDA가 안전성을 검토하기까지 최소 몇 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FDA는 백신을 접종한 피험자에 대해 2개월 이상 안전성에 대한 추적 조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EUA 사용 역시 올해 연말에나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화이자가  올해 말까지 전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5000만회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접종이 두 차례 나눠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2500만명분이다. 화이자는 이번 EUA 승인이 긍정적으로 이뤄진다면 내년까지 최대 13억회분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일선 의료진과 고위험군에 가장 먼저 백신 투여를 권고하고 있는 만큼 일반인에 접종하기까지는 시간이 더욱 소요될 전망이다. 

화이자 이외에도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AZ), 존슨앤드존슨(J&J)도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해당 기업들 중에선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mRNA-1273'의 임상 3상 결과에 대한 기대가 높다. 화이자와 비슷한 방식인 mRNA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 경기도 성남 소재 SK바이오사이언스에 임상 혹은 전임상 시험 중인 백신과 치료제 시약이 전시돼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국내 제약사, 코로나19 백신 개발 '잰걸음'

국내 제약사들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이전이거나 혹은 극히 임상연구 초기 단계라서 글로벌 제약사들에 비해 속도전에선 다소 뒤쳐지는 모습이다.

제넥신은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DNA 백신 후보물질 'GX-19'의 임상 1/2a상을 승인받고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이다. DNA 백신은 독성을 약화한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 항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전자를 인체에 투여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진원생명과학은 각각 식약처에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LG화학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자체 연구는 물론 외부 바이오벤처와 적극 협력해나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바이오벤처 셀리드에 이어 이날 스마젠과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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