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효율성·투명성·이사회 대표성 확보 vs 노조 이해관계에 좌지우지 우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노동이사제의 공공부문 전면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적자 투성이 공기업 경영에 어떤 도움이 될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을 중심으로 노동이사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측에서는 경영 투명성 및 이사회 대표성, 실무적 관점에서 경영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학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노조 이해관계에 공공기관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 노동이사제 의무화와 관련해 지난 8월 14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해당 법이 적용되는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경우, 회사 이윤보다 공공기관의 공익성·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 이를 딱 잘라 이분법으로 말하기 힘들다는게 전문가들 평가다.

사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로,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현 정부의 역점사업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야당 반대로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지만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다르다.

맘 먹은 대로 법안을 통과시킬 힘을 지닌 집권여당 민주당에서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발의한 법률 개정안은 박주민 의원, 김경협 의원의 대표발의안 두 가지다.

두 발의안 모두 공공기관 이사에 노동자 출신 이사를 임명하고 경영에 실제 참가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박주민 의원의 안은 노동이사를 상임이사로 지정하는 내용으로 보다 강경한 내용이다.

해당 발의안은 상임이사 중 노동이사를 포함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노동이사의 감사위원 선임을 의무화했다.

노동이사 임기 또한 현행 법에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는 것을 3년 단위로 늘려 가능하게 했고, 이를 직무수행실적을 고려하지 않고 정하는 것으로 해 직무수행실적을 고려해 이사 연임 여부를 정하는 기존 법 내용과 완전히 다른 여건을 명시했다.

이달 6일 박주민 의원 안과 관련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검토보고서가 나왔는데, 여기에 각 장단점이 그대로 나온다.

기재위 정연호 수석전문위원은 보고서에서 긍정적인 면으로 "공공기관 경영의 투명성 및 이사회의 대표성 제고 측면에서 근로자대표가 추천한 사람을 이사로 임명하는 것이 필요하고, 노동이사가 실무적 관점에서 근로자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경우 경영 효율성 제고에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이어 부정적인 면으로는 "이사는 구체적인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니 직무에 맞는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근로자대표의 추천' 이외에 노동이사의 전문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미흡해 부적격자가 이사로 임명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위원은 "공기업 노조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이사회에 넣을 경우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게 아니라 해당 노조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기업 운영방향을 결정하는 등 이사회의 중립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16일 본지 취재에 "공기업 경영감시 기능 강화와 경영 투명성, 책임성 확보라는 노동이사제의 도입 취지를 보면 입법 타당성이 인정된다"며 "다만 노동이사가 상임이사로서 현업에 종사하지 않으면 근로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어려울 수 있고 현장의 혼란 및 비효율 발생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노동이사를 상임이사로 도입하기 위해선 기존 상임이사 수를 축소하거나 비상임이사를 추가 선임해야 한다"며 "이를 참작해 조직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일부 공기업의 경우 회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의 본질적인 권한인 상임이사 선임에 관한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의안은 이 외에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있다.

발의안은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규모에 따라 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이면 상임이사 중 2명 이상, 500명 미만이면 상임이사 중 1명 이상을 노동이사로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럴 경우 오히려 상임이사 대부분이 노동이사로 구성되는 기관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을 기준으로 공공기관 이사회의 평균 규모는 10.7명이다. 이중 상임이사는 2.5명, 비상임이사 8.2명이다. 한국가스기술공사·대한석탄공사·울산항만공사·여수광양항만공사·한전KDN의 경우 상임이사가 3명 밖에 없는 실정이다.

   
▲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다. /사진=청와대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해외 사례는 다양하다.

영국과 미국 등 영미권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지 않았고 유럽은 가지각색이다. 스웨덴·노르웨이·아일랜드·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 등 6개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동일한 일원적 이사회(별도의 이사회 구분 없이 경영책임과 감독이 통합된) 제도 하에서 1~3명의 노동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킨다.

스웨덴·노르웨이는 각각 25인 이상, 30인 이상 모든 기업(공공·민간 포함)에 도입했고 아일랜드·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은 국유기업에 한해서 적용했다.

학계에서 찬반 양론은 팽팽하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력의 능동적 활용을 위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다양한 경영참여와 의사결정, 집단적 참여가 요구된다"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한 뒤 문제점이 발견되면 보완하면 된다. 노동이사가 비밀준수의무를 지키고, 단체교섭 쟁점 등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민감한 노사관계 사항을 이사회가 안건으로 다룰 때 참여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기업 노조 입김이 더 세지면서 노조와의 갈등과 대립으로 공기업 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갈 수 있다"며 "노동이사와 노사협의회와의 관계설정도 문제다. 권한중복에 대한 역할분담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조직간 이기주의와 보신주의를 조장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공공부문에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보다는 시장형 공기업, 준시장형 공기업, 준전부기관 등 유형별로 2~3개씩 선정해 시범적으로 실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여야가 지혜를 모아 노동이사제의 전면적인 도입 여부를 정하고 충분히 예상되는 단점을 보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