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권 외면 규제정책의 폐해…이제 소비자가 책임 물을 때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12월 12일 대형마트 규제 일변도의 지자체 정책에 있어서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위법한 처분이라는 항소심 판단이다. 법원은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뚜렷하지 않은 반면 소비자 선택권은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대형마트 규제은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이를 더욱 촉발시키고 확장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새정치민주연합(구 민주통합당)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새정치민주연합이 주도한 대형마트 규제 정책

박 시장은 누구보다도 앞서서 대형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심야영업을 제한하고 월 2회 강제 휴무제를 시행했으며, 대형마트의 입점 제한, 판매 품목 제한, 매장 인테리어 외형 제한 등을 추진했다. 이뿐 아니라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영업을 제한하려고까지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코스트코의 서울시내 3개 직영점에 대하여 자치구와 합동으로 집중점검을 실시해서, 의무휴업제 위반 등 41건의 행위를 적발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박원순 식 대형마트 규제의 절정은 판매품목 제한 정책이었다. 담배, 소주(박스판매 제외), 막걸리, 종량제 봉투, 콘 종류 아이스크림, 라면(PB제품 제외), 건전지, 콩나물, 전구, 두부 등의 판매가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었지만, 결국 대형마트에 물품을 납품하는 납품업자 및 농축산물 납품 농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해당 조치를 철회하는 등 좌충우돌의 정책 양상을 보였다.

박원순 시장은 2013년 초 48억원을 들여 서울시 중소유통 물류센터를 건립하여, 중소유통상인들을 위한 물류비용을 해결하려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 중소유통 물류센터는 예상했던 연매출의 1/4도 올리지 못하면서 운영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태다. 새정치민주연합(구 민주통합당)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모든 대형마트가 같은 날 휴업을 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신청사를 방문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서울시정에 '정의'의 철학을 녹여냈던 사례로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을 손꼽았다. 

대형마트 규제, 의도와는 다른 결과

그런데 박원순 시장 및 새정치민주연합의 적극적인 대형마트 규제 추진과는 별개로, 서울시 전통시장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전통시장 중의 30%인 58개 전통시장 재래시장이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인 일요일에 문을 닫고 있다. 전통시장의 일요일 휴무비율이 50%를 넘는 자치구도 8곳에 달한다.

전통시장 재래시장의 매출은 정체 상태에 있을 뿐더러 하락 추세에 있다. 대형마트 납품 농어민 및 협력업체의 매출 감소액은 지난 3년간 4조원에 달한다. 대형마트 3사의 신규 출점수 또한 급속도로 줄었다. 대형마트 매출은 ‘성장 없는 정체’ 상태에 놓여있다.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이후, 전통시장 추가방문하게 된 횟수는 연간 1회에 미치지 못한다. 소비자 60% 이상의 상당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 또는 완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및 영업제한은 역효과를 유발할 뿐더러 현실을 외면한 아둔한 제도이다.

대형마트 규제의 한계

대형마트 영업제한 제도는 재래시장은 물론 전통적인 구멍가게나 슈퍼마켓이 전혀 없는 뉴타운 및 신도시들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되면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SSM이든 대기업 슈퍼마켓이든 모두 닫는다. 소비자들은 편의점에서 구할 수 없는 상품이 있는 경우 몇 키로 떨어진 중대형 일반 마트에까지 가야 한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젊은 핵가족이나 1인 가구이다. 평일 낮에는 일하고 주말에 쇼핑을 하는 이들이 대다수이다. 재래시장 전통시장은 그들의 소비 패턴을 맞출 수 없다. 이들의 소비자 수요를 잘 반영하고 맞출 수 있는 것은 대형마트이다. 그런데 왜 위정자들은 대형마트에 대해 규제를 하지 못해서 안달일까.

솔직해지자. 주차난, 카드편의성, 청결도, 친절함, 교통접근성, 상품 다양성 등 거의 대부분의 요소에서 재래시장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에 대해서 우위를 갖고 있지 못하다. 소비자들이 재래시장 전통시장을 굳이 이용해야 할 이유는 단연코 없다. 사람들은 약간의 가격 차이에도 민감하다. 그런데 왜 그런 그들이 현실 속에서 대형마트보다 저렴하다는 재래시장을 이용하지 않는 걸까.

   
▲ 12월 18일에 정식 개장 예정인 이케아 광명점. 세계 최대 가구공룡 스웨덴 이케아의 국내상륙을 둘러싸고 그간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토종가구업체를 초토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케아 상륙은 국내 가구업체들이 품질및 마케팅을 강화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가구 소비자들에게는 좀 더 넓은 선택권을 주기도 한다. 

이분법적인 생각의 아둔함

“서울시장이 진실로 상인 편이라면 조정권한을 행사해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진입을 막아야 한다.”

박원순 시장의 말이다. 박 시장의 ‘재래시장-전통시장-골목상권 대 대형마트’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은 필자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재래시장 전통시장 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은 이 순간에도 홈쇼핑채널, 인터넷쇼핑몰과 경쟁하고 있다. 지금은 대형마트를 규제한다고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이 살아날 거라는 단순한 계산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오프라인 온라인 매장 가리지 않고, 모바일과 웹이라는 방문 도구 또한 가리지 않으며, 해외직구 아마존 알리바바 이케아 레드버킷 등의 업태가 마구잡이로 경쟁을 벌이는 시대다. 구글은 무인자동차를 이용한 택배를 시험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무인택배-드론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가 박원순에게 책임을 물을 차례

소비자는 원하는 시간에 편리한 장소에서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권리를 갖고 있다. 소비자의 이러한 권리를 박탈할 권한은 국회의원이든 시장이든 구청장이든 시의원 구의원이든 그 누구에게도 없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대형마트를 찾고 또 그날이 아니면 안되는 이유를 갖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면서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와 사정을 무시하고 다른 곳에서 사라고 강제한다. 박원순이라는 이름을 굳이 언급하기에도 아깝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나 다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정치권 모두는 소비자의 불편에 아직까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침묵하는 다수인 소비자들이 자신의 지역구 표가 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한달에 두번, 그리고 매일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소비자의 구매 권리를 박탈당해왔다. 이제는 그것에 대해서 박원순 시장과 같은 위정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시점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