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아시아연구센터 회장 인터뷰 진행
[미디어펜=조한진 기자]미국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가 공정경제3법이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노출 위험을 높이는 등 한국 기업에 득보다 실이 많은 또 다른 형태의 기업규제라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한국의 경제정책이 기업경영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창립자이자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에드윈 퓰너 회장과 단독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8일 밝혔다.

헤리티지 재단은 매년 주요국가의 경제자유도를 평가·발표하는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사진=미디어펜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통합감독법 개정안 등 '공정경제3법'에 대해 퓰너 회장은 “이 법안을 공정경제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누구에게 공정하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그는 “결국 행동주의 펀드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앉히려는 공격적인 시도를 할 때 기업의 방어 능력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퓰너 회장은 “‘공정성’과 ‘기업 감독 선진화’를 명분으로 한 이 개정안은 한국의 민간 부문과 기업의 근간에 득보다 실을 더 많이 안겨줄 것”이라며 “정부 주도의 법적 절차를 통해 기업을 규제하는 또 다른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안과 상장기업 사외이사 중 한 명을 노동자 대표가 추천하도록 하는 ‘노동이사제’ 등에 대해서 퓰너 회장은  “본래 의도한 정책 효과를 얻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 오히려 노조는 더욱 정치화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 그는 “자유는 다른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에서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증세 정책에 대해서 퓰너 회장은 “특히 수년간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가 오르면서 조세 부담률이 18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로 치솟은 것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도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조세부담 자유도는 2018년 73.3점에서 3020년 63.9점으로 급감했다. 그는“대기업에 대한 조세의존도가 높은 불균형적 과세 체계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악화됐고, 이러한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국가의 장기적 경쟁력에 이롭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퓰너 회장은 “한국의 최고 개인소득세율은 42%에서 내년 45%로 OECD 평균인 약 35%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인상될 예정”이라며 이번 세율 인상은 한국 경제의 가장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집단에 더 큰 세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2018년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한 데 이어 추가적인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퓰너 회장은 이러한 증세 정책은 경제성장과 기업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오히려 세율을 낮추고 있는 다른 선진국과의 경제정책과 상반되는 것으로 “자유롭고 활력 있는 한국경제를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볼때 잘못된 방향으로의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헤리티지 재단 경제자유도 지수 중 “기업자유도” 항목에서 2013~2014년 높은 점수(92.8~93.6)를 기록하다가 2020년 90.5점으로 퇴보한 것에 대해 퓰너 회장은 “기업자유도 항목은 규제완화 과정의 폭과 깊이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측정하기 때문에 규제개혁의 속도와 강도가 중요하다”며 “수년간 규제개혁을 진전시킨 나라가 많아졌는데 한국은 유감스럽게도 개혁 레이스에서 뒤쳐져있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개혁이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정책을 통해 제시되는 화두이지만, 늘 역풍을 만나 정쟁의 불씨로만 남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경제자유도를 높이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 퓰너 회장은 “자유와 기회, 경제적 번영이 모든 국민에게 미치려면 법치주의 원칙, 즉 법률 아래 각 개인에게 평등한 정의와 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 제한이 중점이 돼야 한다”며 명확히 규정되고, 제한적이며 예측 가능한 정부정책이 유지 되어야 경제자유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경련은 최근 2년간 헤리티지 재단에 경제사절단을 파견하고, 국내에서도 퓰너 회장 및 주요 관계자를 초청해 수차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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